이직할 때는 헤드헌터를 활용하라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후 어느 정도 지나니 헤드헌터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경력이 몇 년 되지도 않았을 때는 헤드헌터들에게 연락을 받으면 마치 내 업무 성과와 역량이 인정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 우쭐해 지기도 했고, 어느 회사, 어느 포지션이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쉽게 옮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이력서 한번 내보라는 것이었고, 서류에서 떨어지거나 인터뷰에서 떨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어느 정도 경력도 쌓이고 많은 헤드헌터들을 만나보다 보니 헤드헌터를 통해서 이직을 할 때 어떤 헤드헌터는 정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어떤 헤드헌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마케팅 업무를 시작한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정말 많은 헤드헌터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마케팅관련된 제안 뿐만 아니라, 이전에 하던 업무와 관련된 제안들도 지속적으로 추천을 받다보니 꽤 다양한 헤드헌터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중에 정말 도움이 되지 않는 헤드헌터의 경우를 몇 가지 공유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헤드헌터들은 이직자의 연봉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성공보수금을 받는다. 극히 일부의 헤드헌터이지만, 어떤 이들은 나의 경력 개발 등에는 관심이 없이 무조건 이직만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의 회사보다 매출 규모도 작고, 하는 일의 미래가치도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연봉이 좋으니까 옮기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포지션도 낮추는데, 연봉도 손해를 보면서 옮기라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왜 옮겨야 하는지를 물으면 별도 납득이 갈만한 대답을 내놓지도 못한다. 가장 많았던 경우는 국내회사로 옮기라는 제안이었다. 포지션은 낮추고, 연봉은 비슷하지만,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게 어떻겠냐는 식이었다. 이러한 제안들은 나의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적어도 어떤 포지션을 제안을 하고자 한다면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내 이력서라도 읽어보던가, 최소한 내 경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 어떤 추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경력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조차 없는 이직 제안이라면 전혀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한동안 하루에 2,3 통씩 헤드헌터들의 메일을 받은 적이 있다. 당연히 내가 알지 못하는 헤드헌터이며, 메일의 내용은 어떤 포지션이 오픈 되었으니 생각 있으면 자기를 통해서 지원하라는 것이었다. 거의 99%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거나 내가 당연히 관심이 가지 않을 만한 포지션들이다. 또, 어떤 헤드헌터는 밤 10시가 넘어서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메일 보냈으니 확인해 보라고. 적어도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전화 통화라도 하면서 포지션에 대한 자세한 소개 정도는 해 주는 것이 기본이다. 대부분의 헤드헌터들은 문자로 통화 가능한 시간을 물어보고, 답변을 주면 그 시간에 통화를 하면서 자세한 정보를 전달해 주고, 그 이후에 직무해설서(Job description)를 메일로 보내주던가 한다.
한번은 한 헤드헌터가 연락이 와서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난 직접 보고 이야기 하자니 뭔가 대단한 제안인가 생각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 그 헤드헌터를 만났다. 회사 근처에서 만난 그는 어정쩡하게 서 가지고 나한테 어디로 갈까요 라고 묻길래, 그럼 근처 커피숍이라도 가자고 해서 들어갔다. 또 어정쩡하게 서 있길래, 내가 뭐 드실래요 라고 물어보고 커피를 샀다. 자리에 앉아서 어떤 일로 보자고 했는지 물어보자, 그냥 내가 어떤 포지션으로 이직을 하고 싶어하는지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나는 이직을 하고 싶다고 한 적이 없는데. 무슨 포지션 제안은 없냐고 했더니 그런 건 없고, 그냥 한번 만나 본거라 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있다 그는 떠났고, 나는 아까운 시간만 낭비를 하게 됐다. 그리고 아직도 나는 그 헤드헌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대부분 헤드헌터가 미팅을 요청하는 경우는 사전에 명확한 이직 제안을 통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후 실제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하고 보다 자세한 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해서이지 아무런 목적 없이 만나자고 할 정도로 한가한 헤드헌터는 많지가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직을 할 때는 헤드헌터를 통해서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위에서와 같은 헤드헌터들은 피하고 말이다. 헤드헌터를 통하면 옮기고자 하는 포지션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고, 인터뷰에 대한 사전 정보 등도 파악이 가능하다. 면접관이 누구인지, 어떤 성향인지, 배경은 어떤지, 어떤 질문을 자주하고,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또한, 회사의 조직도, 전임자는 왜 그만 두었는지, 회사의 현 상황은 어떤지 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 준다. 그리고 연봉이나 그 외의 복지나 혜택과 같이 직접 말하기 껄끄러운 부분들도 헤드헌터를 통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고, 다른 회사나 포지션과 비교를 하면서 진행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을 제공해 주지 않는 헤드헌터라면 굳이 같이 진행할 이유는 없을 듯 하다. 그럼 이제 어떤 헤드헌터가 좋은 헤드헌터이며,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를 한번 보자.
헤드헌터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포지션에 적절한 인재를 찾아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도 충분히 있어야 하며,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도 충분히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당신의 경력과 경험 그리고 당신의 경력개발에 대한 목표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그래야 당신의 경력을 인정받으면서 당신의 경력에 대한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데 도움이 되는 포지션을 제안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헤드헌터 순위를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해당되는 분야의 전문 헤드헌터들이 있다. 소비재, 제약,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헤드헌터를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외국계 회사를 가고 싶다면, 외국계회사 전문 헤드헌터를, 임원이나 고위직으로 이직을 하고 싶다면 임원 전문 헤드헌터를 이용하라. 각 회사별로 계약된 헤드헌터들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여러 헤드헌터들을 통해 제안을 들어야 다양한 포지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헤드헌터들은 후보자와 인터뷰를 하고 싶어한다. 그래야 그 후보자의 경력과 경력개발에 대한 목표 그리고 역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는 포지션을 추천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굳이 헤드헌터랑 인터뷰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더 좋은 회사나 포지션으로 옮길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나 같은 경우는 다양한 헤드헌터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왔고, 내가 원하는 포지션과 미래 가치를 정확히 설명하고, 내 경력 상의 장점들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경력이 많지 않고, 헤드헌터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을 때는 사람들이 많은 커피숍에서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했던 적도 있다. 물론 지금은 헤드헌터를 만날 때는 억지로 시간을 내서라도 주로 헤드헌터 사무실을 방문한다. 그러는 것이 정말 그 헤드헌터가 믿을만한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나는 국내에 있는 헤드헌터 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헤드헌터와도 관계를 유지한다. 외국계회사 같은 경우는 싱가포르 등에 거주한 아시아지역을 통해 진행되는 포지션 들도 있고, 해외에 좋은 조건으로 오픈 되는 포지션들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이 경우에는 전화로 이루어지는 영어 인터뷰가 필수이다. 이러한 헤드헌터와 인터뷰를 할 때도 종종 실망할 때가 있기는 하다. 나한테는 영어로 인터뷰를 하자 하고는 정작 본인을 영어실력이 많이 부족한 경우도 있었고, 나의 경력와 면접 기술 등에 대해 말하는 이가 정작 이제 경력 2~3년 차 정도 밖에 안되어, 나보다도 관련된 역량이 한참 떨어져 보일 때는 많이 아쉽기도 하다.
헤드헌터는 당신의 가치와 미래를 존중해 주고, 컨설팅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헤드헌터는 단 한번의 포지션 제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업계의 동향과 포지션의 변화 등에 대해 업데이트를 해주며, 당신의 경력개발에 동반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