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받아들임으로 시작된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어 거대한 변화를 이루기 전의 균형을 깨뜨리는 변화의 시점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여유롭지는 않았다. 맞벌이 부부로 아침에 아직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 뽀뽀를 하고 출근을 해야 할 때도 있었고, 퇴근 하고 들어오면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을 고민하기 보다는 급하게 재워야 할 시간이거나 다시 자고 있는 아이들을 마주해야 할 때가 많았다. 주말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보는 장을 보러 가는 것이 아이들과 보내는 중요한 시간 중에 하나였고, 가까운 곳에라도 놀러 갔다 온 주말은 피곤함에 푹 젖은 채로 월요일을 준비해야 했다. 그래도 부부 모두 외국계회사를 다니다보니 나름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했지만, 회사 일과 집에서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기에,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있는 사건이 아니라면 우리 가족에게는 큰 관심사가 될 수 없었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의 새로운 시즌의 시작과 캐릭터 이름을 외우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러다가 내가 회사를 그만두었다. 10년이 훌쩍 넘는 직장생활을 마무리했다. 구조조정이었고, 욱하는 마음도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본 적도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결정하고는 3주만에 집에 들어 앉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사장님과 나눈 대화는 내가 막연하게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암시를주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거니?”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어. 다만, 다시 다른 회사에 가고 싶지는 않다.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시간을조금 보내고 싶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단지3개월이나 3년이 아닌 30년을바라볼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
“그래, 좋은 생각이야. 난 니가 옳다고 생각해, 그리고 너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믿어. 나 역시 회사를 그만두고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었고, 결국지금 이 자리까지 온거야. 행운을 빌게.”
외국인 사장님과의 짧은 마지막 대화를 통해서 나는 내 스스로 퇴사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했고, 그렇게 시작된 마음 속의 기준점이 지금까지도 내 삶의 기준점과 정체성이 되고 있다.
계획이 없었던 퇴사였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처음에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습관처럼 바쁘게 움직이게 되었다. 몇 년만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영어학원도 등록하고, 프로젝트를 준비하듯이 가족여행을 준비하고,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의무적으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정신 없이 일할 때 보다 더 시간을 빨리 흘러간 듯 했다. 여유를 좀 갖고자 전시회도 다니고, 박람회도 다니고, 책도 읽어보고자 했다. 주로 정신적으로 부담되지 않는 것들을 먼저 찾게 되었고, 책을 읽어도 가벼운 에세이나 소설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그렇게 서점을 방문하던 빈도가 늘어갈 무렵,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던 “클라우스 슈밥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책에는 기나긴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던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회사 생활을 정리하던 시기에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것이 각종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을 무렵에도 ‘아 기술이 많이 발전했나 보네’ 라는 정도의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하고 발전하고 있으며, 그 어마 무지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뒤쳐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뒤로만 왔다갔다하는 시계추처럼 내 삶은 반복될 뿐이었고, 그 앞과 뒤의 범주를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기껏해야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을 뿐, 옆이라는 곳이 얼마나 넓은지 많은 가능성과 기회가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지내왔었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이 변화 속에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이들의 교육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당장 나의 새로운 직업도 구해야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급하게 들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이 우리의 직업들을 대체한다고 하는데, 미래에는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에 기반한 가상화폐가 투자가치가 높다고 하는데 막연하고 막막하다는 느낌들만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클라우스 슈밥 교수님이 내한하여 KAIST의 정재승 교수와의 대담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그 자리에 참석하여 현실적이면서도 우리 가족의 미래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대담회에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해 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러한 다양한 변화를 최대한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미래에 빠르게 순응하는 길이며, 동시에 생존의 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클라우스 슈밥 교수는 이러한 다양성의 예로 수많은 인종이 섞여 살면서 다양한 문화를 유지하고, 또 새로운 문화를 융합해 내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후부터 나는 우리 가족은 어떤 식으로 4차 산업혁명을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이 급격하고도 중대한 변화를 준비시켜야 하는지 쉽지 않은 답을 찾아 보고자 하였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스스로는 명쾌하다고 생각하는 답을 찾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많은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기술들이 접목되어 있고, 그 기술들을 활용한 혜택을 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1차에서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스스로가 산업혁명의 중심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그 시대를 산업혁명의 시대라 불렀을뿐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은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야 말로 이 예측 불가능한 다양성의 속도를 가진 시대를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답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삶 속에 이미 녹아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기술과 키워드(key word) 들을 잘 인지할 수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이 접근하기 어려운 변화는 분명 아닐 것이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이 가신다면 주변 분들께도 공유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