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다짐해 보는 계기를 만들자.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남기는 인사를 이메일을 통해 받아보는 경우가 있다. 간혹 다른 나라 어딘 가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실수로 전체 메일로 보내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은 아주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소수의 몇몇에게 남기기도 하고, 멀리서 얼굴만 알던 분이 회사 전체메일을 통해 직장생활 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남아 있는 사람들의 건승을 비는내용을 보기도 한다. 때로는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만 하는 심정이 아프고 아쉽기도 하고, 때로는 속 시원하기도 하다. 같은 회사였어도 개개인마다 업무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기에 남아있는 기억도, 그리고 회사를 떠난 이후의 방향도 모두 다르게 표현이 된다.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작은 인사말조차 남기지 않고 떠나기도 한다. 수많은 퇴직 편지를 받아 봤지만, 최근에 받은 편지 중 몇 가지를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좋은 퇴직 편지를 남길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동기들보다 늦은 나이에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여러 모로 고생을 많이 했던 직원이 다른 회사에 좋은 직급으로 승진이 되서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모질고 괴팍한 팀장 때문에 마케팅부서에 온 순간부터 떠나는 마지막순간까지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는지 알기에 그 팀장을 빼고는 주변에서 모두 이 직원의 이직을 축하해 주는 분위기였다. 이 직원도 마지막 출근 하는 날 각 부서를 돌아다니면 모두 인사를 드리고, 퇴직편지를 메일로 남겼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과장 포지션에서 새로이 이동하는 포지션은 부장이었다. 물론 이직하는 회사는 규모도 작고 매트릭스 구조라 마케팅부서는 모두 부장에서 직급이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 편지에 스스로가 직급 등을 언급하면서 보는 사람이 부러워하는 게 아닌 불편하게 하는 자랑질이 되어 버렸다.
보통은 미리 작성을 해 놓더라도 컴퓨터를 반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발송을 하거나, 다른 직원들이 대부분 퇴근한 후에 보내곤 한다. 그런데 이 직원은 오전에 실컷 자랑질하는 퇴직 편지를 메일로 보내놓고, 오후에 각 부서에 인사를 하러 다니니 이미 퇴직 편지를 읽은 다른 직원들이 곱지 않은 눈으로이 직원을 보내 줄 수 밖에 없었다.
또 한번은 15년 정도를 한 회사만 다니다가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친구였다. 이 친구도 몇 번 팀장이 될 수 있는 기회에서 좌절을 하다가 다른 회사에서 팀장 제의를 받고 연봉도 많이 올라서 이직을 한 경우였다. 앞서 퇴직 편지를 보낼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경험적으로 숙지했기 때문에 미리 편지를 보낸다던가, 자랑질을 한다던가 하는 실수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편지를 쓰기 조차 귀찮았던 것인지, 몇 주 전에 퇴직한 분의 퇴직 편지를 그대로 복사해서 보냈던 것이었다. 대부분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몇몇 눈썰미 좋은 사람들에게 포착되면서 마지막 떠나는 순간에 굳이 필요없는 구설수에 오르게 되었다.
어느 날 ‘품위있는 퇴직 편지 쓰기(Write a Graceful Resignation Letter)’ 라는 제목의 이 메일이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로 부터 받았다. 원문은 Pricilla Claman 의 ‘이직할 곳을 정하지 않은 채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때(When You Should Quit Your Job Without Having Another One Lined Up)’ (1) 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이직 할 곳을 정해 놓고 퇴직을 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직장에서 비윤리적인 문제를 마주했다던가, 현재의 직업이 당신의 건강과 삶에 있어서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당장이라도 그만 두는 게 좋다. 그리고 그렇게 그만 두어야 할 때 남기는 퇴직 편지를 쓸 때에는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회사를 떠나는 시점은 당신의 또 다른 경력의 시작이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새로운 경력이 시작되는 과정에서그 누군가는 당신의 이전 상사 혹은 이전 인사부를 통해 당신의 이전 직장생활에 대한 평판(reputation)을 확인하고자 할 것이다. 굳이 마지막까지 노력해서 불편하고 불리한 감정을 만들 필요는 없다.
물론 안 좋은 기억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한 동안 당신의 청춘과 열정을 바쳤을 수도 있고, 당신의 가족을 책임질 수 있는 수입원이 되어 주기도 했다. 고생도 많이 했겠지만 당신의 역량도 개발되었을 것이고, 경력도 쌓였다. 적어도 감사할만한 일 하나 정도는 끄집어 내 보자. 적어도 당신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며, 새로운 경력을 쌓아가는데, 최소한의 도움이라도 될 것이다.
반드시 첫 번째 이유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진실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마케팅 분야에서 새로운 역량을 쌓고 목표를 달성해 보고자 합니다’ 와 같은 미래지향적인 내용이면 더욱 좋다. 몸이 안 좋아 쉬고자 한다고 해 놓고, 한 달 만에 경쟁사에 출근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 언젠가는 꼭 한번은 반드시 퇴직이라는 경험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요즘처럼 이직이 빈번한 시대에, 그리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는 조금 더 잦은 퇴직을 경험할 수도 있다. 무미건조한 퇴직이 될 수도 있고, 남다른 의미를 갖는 퇴직이 될 수도 있다. 퇴직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퇴직 편지를 준비해 보면, 퇴직의 의미를 되새기며 충동적이기 보다는 계획적인 퇴직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1. When You Should Quit Your JobWithout Having Another One Lined Up, https://hbr.org/2017/06/when-you-should-quit-your-job-without-having-another-one-lined-up?utm_medium=email&utm_source=newsletter_daily&utm_campaign=mtod&referral=00203&spMailingID=18500963&spUserID=MzUzNTIxNjc1NTEwS0&spJobID=1141474875&spReportId=MTE0MTQ3NDg3NQS2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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