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배의 노하우 Dec 11. 2017

37.리더쉽의 진화: 유연하고 민첩한 리더쉽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어야 한다.

얼마 전 어떤 다국적회사의 CMO와의 대화 중 CMO께서 나에게 “당신의 리더쉽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이전의 대화는 마케터의 역량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중에 리더쉽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어떤 리더쉽을 보여주었으며, 추구하고 있을까? 당장 딱 마음에 드는 답변이 생각나지는 않아, 예전에 마케터로서 가져야 할 리더쉽 중 하나가 셀프 리더쉽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적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꺼내었다. 마케터는 주도적으로 시장을 찾아 나서야 하고, 전략을 세우고, 영업부뿐만 아니라 리더쉽팀에도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미쳐야 하기 때문에 자기주도적인 셀프리더쉽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상 리더쉽 팀에서 마케터나 직원들에게 셀프리더쉽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리더쉽 팀이나 관리자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했으면 하는 마음이 없지 않을 것이다. '제한된 리소스를 가지고 리더쉽팀의 기대치에 어울리는 성과를 만들어가다 보면 좌절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어려움을 도와주지는 않을테니 니가 혼자 극복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라' 가 셀프리더쉽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극복해 내는 것은 매우 좋은 역량임에는 분명하지만 왠지 리더쉽이라는 말 자체가 어떤 집단 안에서 발휘되어야 한다는 기본을 생각한다면 좀 괴리가 있는 리더쉽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나도 한때는 셀프리더쉽을 발휘해야 한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 열일하면서 성과를 만들어 갔던 적도 있었다. 



360도 리더쉽에서 계속 진화하는 리더쉽


 집에 와서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둘러보다가 360도 리더쉽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한 6,7 년 전에 당시 부서장이셨던 전무님께서 팀장이 된 기념으로 선물로 주셨던 책이었다. 그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다시 한번 책을 펼쳐보았다. 책의 제일 앞에는 나에게 좋은 리더가 되길 바란다는 전무님의 짧은 메시지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지난 6,7년 간 내 스스로가 좋은 리더였던가를 돌아보았다. 몇 년 전 진행했던 360도 다면평가 때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결과를 받았던 걸 보면 다행히 한쪽으로 치우친 리더쉽을 보이진 않았던 듯 한데, 내가 보여준 리더쉽을 어떤 하나의 리더쉽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과연 리더쉽을 보여 주기나 했을까? 360 리더쉽에 나온 것처럼 리더쉽이라는 것이 꼭 어떤 조직에서 관리자의 입장에서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에 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리더쉽이라 규정할 수 있는 사고와 행동들을 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어떤 리더쉽이다 라고 분류할수 있을 것이다. 리더쉽에 관한 수많은 책들과 교육들을 통해 리더쉽을 분류하고 규정해 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과연 하나의 리더쉽으로 한 사람의 리더쉽을 규정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리더쉽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잘못 된 것은 아닐까? 질문을 조금 수정하면, “당신은 현재 어떤 리더쉽을 추구하고 있습니까?” 라던가 “당신은 과거에 어떤 리더쉽을 주로 보여주었습니까?” 라는 질문이 조금더 적절하지 않을까도 싶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리더쉽은 계속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것이다.



전통적 리더쉽 vs. 유연하고 민첩한 리더쉽

 어디선가 KAIST의 정재승 박사가 나와서 창의적인 뇌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송을 듣게 되었다. 그 중에 전통적인 리더쉽과 현재의 리더쉽에 관한 언급이 있었는데, 많은 공감이 갔었다. 과거에는 하나의 결정을 내리는데, 오랜 심사숙고를 통해 이루어지고, 이러한 결정을 끝까지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있는 리더쉽이 각광을 받았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예전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이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전통적인 리더쉽은 당시의 산업구조에 많은 영향을 받았을 거라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농업부터 제조업 위주의 성장을 거듭하던 산업구조에서 어떤 상품을 제조하기로 결정을 했으면 공장에 생산라인부터 포장, 마케팅까지 일사분란하게 준비를 하고 그 제품을 팔아야만 하는 것이다. 중간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제품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앞만 보고 가는 것이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봄에 밭에 무엇을 뿌릴까 겨우 내 고민을 하다가 콩을 심자고 봄에 결정을 내렸다면, 콩을 수확할 때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콩밭을 가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중간에 해충 때문에, 혹은 물을 대기 어렵다고 콩을 다 뽑아버리고 다른 것을 쉽사리 심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산업구조는 이러한 제조업 혹은 농업 위주의 형태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 지는 다양한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급속도로 변하며,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계획을 수정하고, 새로운 것을 반영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심사숙고 할 시간적 여유도 갖기가 어렵고, 한번 결정한 내용은 쉽사리 뒤집어 지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필요한 리더쉽은 뚝심 있는 리더쉽보다는 유연성(flexibility)가 있는 리더쉽이 더 중요하다. 변화를 신속히 받아들이고, 남들보다 먼저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내 이전의 의사결정이 쉽사리 변경될 수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의사결정을 더 신속하게 내려야 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주된 축이 되는 3D 프린팅,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발전 속도는 어마어마한 정도이다. 예전에는 3D 프린팅 만을, 인공지능 만을, 사물인터넷 만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기업들이 변화를 주도해 왔다면, 지금은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융합하여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을 창출해 내는냐가 화두가 되고있는 것이다. 나만의 것이 신념처럼 옳게 믿고 가는 시기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고, 다른 사람의 것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느냐가 리더쉽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정신 없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속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민첩성(agility)라는 가치가 리더쉽에 더해지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시금 스티브잡스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과 앱스토어를 개발하면서 그 가능성에 대한 의문부호를 뚝심있게 해쳐나간 전통적인 리더쉽부터 새로운 기술을 선도적으로 접목시키면서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는 유연성과 민첩성을 함께 갖추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단지 기술만을 다루는 것이 아닌 디자인의 영역까지 그 능력을 확장하기까지 했다.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어야 한다.

 작년에 4차 산업혁명의 붐이 일었을 무렵, 다보스포럼 의장이자 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인 클라우스 슈밥 교수님의 내한 당시 정재승 박사와의 대담회를 참석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클라우스 슈밥 교수님이 강조했던 부분은 앞으로는 상상도 못할 다양한 세계가 펼쳐질 것이고, 그 세계에서 살아남고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성(diversity)을 포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었다. 당시의 대담회를 들을 때만 해도 막연하게 생각되었던 부분들이 이번에 리더쉽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하다보니 조금은 선명해진 느낌이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과거에 보여주었던 리더쉽은 어떤 형태의 리더쉽이었고, 왜 그런 형태의 리더쉽을 보였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고, 또 현재의 내가, 앞으로의 나는 어떤 형태의 리더쉽을 추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스스로의 리더쉽에 대한 정립이 되지 않을까 한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이 가신다면 주변 분들께도 공유해 주시기 바라며, 개인적인 문의나 의견 등은 parris1024@gmail.com 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36. 퇴직하는 날에 편지를 쓰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