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배의 노하우 Dec 27. 2017

39. 이직 후 살아남기.

이직보다 적응이 더 중요하다.

많은 직장인들이 끊임없이 이직에 대해 고민을 한다. 더 좋은 연봉과 환경과 직급을 위해 이직을 꾀할 때도 있고, 때로는 지금의 스트레스 빵빵한 회사를 벗어나기 위해 이직을 꿈꾸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직을 위한 퇴사를 하는 법부터 시작해서 성공적인 이직을 위한 다양한 바이블처럼 보이기까지 한 책과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직 후에 벌어질 수 있는 난감하거나 불편한 상황들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들에 적절한 대처가 되지 않는다면, 오랫동안 공들여 진행한 이직이 오히려 불행의 늪에 빠져드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4년 가까이 다닌 첫 직장을 뒤로하고 한 달 동안 열 번이 넘는 면접을 본 후에 마침내 원하는 회사로 이직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에 걸친 면접이 너무나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이 되었기에 새로운 회사에 대한 핑크 빛 희망만이 보였고, 이직할 회사에 다니고 있던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후배들도 있어서 적응에 대한 고민도 크게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대망의 첫 출근 날, 나는 내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첫 번째는 면접 당시 나의 직속 상관이 될 분의 표정이었다. 


첫 번째 면접에서는 부서장을 비롯한 여러 명의 매니져가 면접관으로 들어왔고,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부드러운 면접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었다. 그래서 한 쪽에서 좋지 못한 표정을 하고 있던 미래의 직속 상관인 팀장의 표정을 놓치고 있었다. 출근 첫날 팀장한테 들은 첫 마디는 ‘나는 너를 뽑고 싶지 않았어’ 였다. 그 분은 다른 사람을 뽑고 싶었는데, 부서장과 임원 분이 나를 적극 추천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뽑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놓고 선포를 했다. 앞으로 힘들 거라고. 그리고 백점 만점에 마이너스 만 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어디 한번 잘해보라고. 그렇게 고달픈 콩쥐와 같은 생활이 그토록 바라던 새로운 회사에서 시작이 되었다. 다행히 주변에 팥쥐 같은 사람은 없어서 주변의 도움으로 그나마 포기하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매일 같은 야근에 팀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눈치를 봐야 했고, 어쩌다 야근 후에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는 왜 이 회사에 왔냐는 식의 온갖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출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새벽 녘에 집에 들어가 침대에 누울 때면 내가 정말 이직을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후회도 되고, 세상 녹녹하지 않다는 생각에 눈물이 덩그러니 맺히기도 했었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갖은 구박을 받아가면 팀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대학 졸업 후 몇 년 만에 당구장에 가보기도 했었다.



두 번째는 내 경험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력직의 이직에 있어서는 그 기대치가 상당하다. 첫 출근을 하자마자 몇 가지 서류더미를 검토하라고 받았는데, 알 수 없는 내용이 태반이었고, 심지어 대부분의 문서는 영어로만 되어 있었다. 국내 회사에서 몇 년 동안 영어라고는 담을 쌓고 살아왔기에, 당장 영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급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들을 말은 “알고 있겠지만” 이었다. 무슨 업무를 하던 지 이 말이 먼저 시작이 되었다. 정작 나는 모르는데도, 이 말이 먼저 나오면 모른다는 말을 쉽사리 꺼내기가 어려웠다. 실제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그 이전에 내가 경험했던 것보다 한 차원 높은 지식과 판단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그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정말 남들보다 두 세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 했고, 야근과 주말 근무는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회사의 시스템도 다르고, 내부에서 사용하는 용어에도 차이가 있어서, 그 부분을 적응하고 극복하는데도,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했고, ‘잘못 뽑았네’, ‘생각보다 잘 모르네’ 와 같은 말을 듣기 싫어 후배들한테 조심이 그리고 조용히 물어봐 가며 빨리 업무 수준을 높이려 노력해야만 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정신 없이 지나갔고,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도움 덕분에 나는 적응했다. 그리고 팀장님으로부터 마이너스 만점에서 시작된 나의 평가를 플러스 천 점까지 끌어올리고, 주말에는 함께 여행도 갈 정도로 관계 개선에도 성공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팀장님이 회사를 그만 두었다. 팀장님도 내가 입사하기 몇 개월 전에 이직을 한 상황이었다. 이전에는 미국계 회사에 있었는데, 그 회사는 다소 수직적이면서 다소 남성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로 업계에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회사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특히나 우리 부서에는 여성 직원들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이 팀장님은 적응이 어려웠다고 했다. 수직적이고 남성적인 성향은 부서 내에서 많은 배척을 당했다. 팀원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같은 팀장그룹에서도 잔소리를 듣기 일수였다. 남자직원인 나에게 예전의 문화를 적용해 가며 스스로도 적응을 하고자 노력했지만, 결국은 본인이 적응을 못하고, 이전 회사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렇게도 나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라는 말을 했던 분이 결국은 나보다 먼저 절을 떠나게 되었다.

 

이직에는 다양한 경우들이 있다. 아는 선배 중 한 명은 우여곡절 끝에 본인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적은 팀장 밑으로 이직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서로가 상황을 알고 진행을 했고, 이 선배도 팀장 앞에서 최대한 나서지 않고, 조심하려 했지만, 그럼에도 몇 번은 심각하게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1년 여의 적응기를 거치고 나서야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찾고 맞춰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 후배의 경우는 그 후배를 뽑아놓은 팀장이 급작스레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서 새로운 팀장을 첫 출근부터 만나야 했는데, 새 팀장과의 궁합이 맞지 않아 몇 개월 동안 동네북처럼 매일같이 혼나더니 결국은 원치 않는 해외 유학의 길에 올라야만 했었다. 



가족적인 문화를 조심해야 한다.


이직을 했을 때 어려운 점은 새로운 환경과 업무, 그리고 사람들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경력직이기에 업무 성과에 대한 기대치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기간의 성과를 필요로 했기에 신입이 아닌 경력직을 뽑았기에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기다려주기 보다는 막 던지는 식으로 업무가 배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조직이나 사람이 있는 곳에는 계파가 있는 법이고, 정치가 생겨나는 법이기에,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도 쉽지가 않다. 인사부 등에서 회사에 대한 소개를 할 때 ‘우리 회사는 가족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고 좋아요.’ 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 말은 거꾸로 이야기 하면 가족이 아닌 사람에 대해서는 폐쇄적일 수도 있어 그 울타리를 넘어가기까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 울타리 안에 내가 있을 때는 그 어느 곳보다도 든든하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이직을 하는 회사가 가족적이라는 것은 장단점이 있을 수 있고, 오히려 개방적, 포용적이라는 단어를 선호하는 문화를 가진 회사가 더 적응이 수월할 수도 있다. 



빠른 적응을 위해서 내 편을 만들고 스스로가 통제해야 한다.


이직 후에 적응을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빨리 내 편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을 가질 수 있는 한 두 명을 확실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나 같은 경우는 이미 알고 있던 후배 두 명이 적극적으로 적응을 도와 주었기에 암흑 속에 빛 줄기 같은 절대적인 도움이 됐었다. 내가 적응을 마칠 무렵, 나와 동갑인 사람이 이직을 해 왔다. 이 사람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는 듯 하더니, 어느 날 나에게로 와서 나이도 같으니 친구를 하자고 먼저 말을 걸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적응할 수 있게 대놓고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 우리는 사무실 내에서 베프라 불렸고,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번드 라는 말이 유행할 당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우리 둘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둘이 너무 친하다 보니 진짜 부부처럼 하도 많이 싸우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이직 후 빠른 적응을 위해서는 가능한 내 스스로가 주변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동안은 이전 직장에 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노력을 해서 업무를 빨리 파악하고 성과를 도출해서 일차적인 기대치의 관문을 통과해야 그 이후가 수월해 진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내 편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한다. 이직이든 아니든 직장을 떠나는 가장 큰 원인은 일이나 환경이 아닌 사람이다. 그리고 이직 한 후에 하는 가장 어리석은 말은 “이전 회사에서는 안 그랬는데” 이다. 물론 이전 회사의 좋은 점은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하겠지만, 말끝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곱게 보는 조직은 없다. 이런 사람을 보면 ‘그럼 그 회사에 그냥 있지, 왜 이직을 했나’ 싶기도 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듯이, 우선 눈에 불합리한 것이 보이더라도, 우선은수용을 하고, 적응을 하는 과정에서 부드럽게 의견을 제시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이 가신다면 주변 분들께도 공유해 주시기 바라며, 개인적인 문의나 의견 등은 parris1024@gmail.com 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37.리더쉽의 진화: 유연하고 민첩한 리더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