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직업에 집착하지 마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앨빈 토플러라는 유명한 미래학자가 수 십년 전부터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미래를 분석하고 예측하고 있지만, 정작 미래 예측에 대해 많이 언급되는 것은 오히려 과거 SF 영화나 소설에서 언급되었던 미래가 얼마나 실현되었는지 등이 더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도 많은 미래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있지만, 정작 미래학이라는 학문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거나 정규과정이 있지는 않고, 단지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정치, 과학, 사회, 인문학적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한 전략을 제시한다. 미래의 예측에 있어 사람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직업일 것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가장 극명한 변화로 다가온 것 중 하나는 직업이다. 1차 산업혁명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은 직업을 잃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러다이트운동(Luddite Movement, 기계파괴운동)을 펼치기도 했으나, 결국 기술의 발전은 더 많은 생산과 다양한 소비 형태를 창출함으로서 수많은 직업의 소멸과 동시에 새로운 직업의 탄생을 이끌기도 하였다. 직업이라는 것은 이상과 꿈의 현실화라는 측면도 존재하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생존의 문제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보다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직업을 갖기를 소망해왔다. 이는 생존의 문제로 수렵의 시대에서 가축 사육과 농업의 시대로 넘어가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으며, 현대까지도 근본적으로 안정적 수입의 지속성에 대한 갈구는 멈추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언제나 미래 예측의 한가운데에는 사람들이 어떠한 직업을 통해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는 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서울산업진흥원에서는 “미래를 여는 새로운 직업”이라는 소책자를 배포했다. 이 소책자에는 ‘기술과 혁신, ‘창의와 비즈니스’, ‘인간과 행복’ 이라는 카테고리별로 미래의 새로이 생겨나는 유망한 직종들에 대해 나열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단지 컨설턴트, 코디네이터, 매니져 등으로 표기되어 아직은 조금은 추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기술의 발전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된 신생 직업군들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지만, 물론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한 예상과 예측치를 반영했겠지만, 이는 주로 사회적 필요를 기반으로 한 듯 하고,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향후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지에 대해서, 그리고 예상 수입과 구체적인 수입원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해당 직업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들이라도 보충이 된다면 더욱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래의 직업을 예측할 때는 단지 기술의 발달에 따른 부가적인 가치의 창출과 이에 연동되는 필요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다음의 3가지는 고려가 되어야 직업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의 다양한 직업들이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내 직업이 인공지능에 대체되는 것은 아닐까, 대체되지 않는 직업은 무엇일까 하는 식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접근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있다. 또, 미래에는 드론이 활성화 될테니 드론과 관련된 자격증이나 수리기사 등이 유망한 직업이 될 것이라 한다. 분명히 드론과 관련된 산업은 확장이 될 것이고, 이에 파생되는 드론 운전사나 수리기사 등도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요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이다. 지금은 당장 수동으로 조정을 하겠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이 역시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될 것이다. 주변의 모든 환경과 상황적 변화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예측하며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행하는 알고리즘이 적용될 것이다. 그리고 기술의 발달은 기계의 고장 발생률을 현격히 낮추게 될 것이며, 드물게 발생하는 고장 역시 로봇에 의한 수리가 가능할 것이다. 즉, 이렇게 신기술에 의해 파생되는 직업은 또 다른 종말을 머지 않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5년, 10년 후에 또다시 사라짐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하는 직업보다는 조금 더 그 가치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지속성을 고려한 직업을 예측하고 고려해야 하는것이다.
얼마전 한 예능 프로에서 드론 운전사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방송에서 언급한 대로 드론을 통해 농약을 살포하는 작업을 한다면, 훨씬 더 넓은 지역을 훨씬 더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살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땅덩어리가 미국처럼 넓은 나라가 아니다. 그리고 점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적어지고 있어 쌀의 자급자족이 언제까지 가능할 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드론을 이용해 농약이나 비료의 살포를 대신하게 된다면 당연히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농업을 주로 하시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경쟁력이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드론을 이용해 농약과 비료를 살포해 주는 직업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될 것인가 이다. 100명이 필요할지 1,000 명이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머지않아 경쟁은 더 심화될 것이고, 가격 경쟁이 시작될 것이며, 그 단가는 점점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무인 드론으로 대체가 되고 말이다.
또다른 유망 직업들 중 헬스케어 컨설턴트, 소비생활 어드바이저, 건강기능식품 코디네이터 등도 있다. 이런 직업들의 예상 수입은 얼마나 될까? 물론 이러한 분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은 명백하다. 하지만 이러한 컨설팅과 어드바이스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를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까 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시장은 존재한다. 하지만 시장의 규모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얼마만큼의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지도 불투명하다. 분명한 것은 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직업으로는 가치를 가질 수 있겠지만, 직업을 갖는 개인이 사회적 소명이 아닌 개인의 경제적 소득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에는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검소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생활비를 벌기 위해 소득 활동을 하지는 않고 그러한 직업을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장의 형성만이 아닌 시장의 규모와 성장성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직업의 소득규모까지도 고려가 되어야 한다.
점점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변화를 따라가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것이 더욱 중요하다. 미래의 직업 선택에 있어 마지막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유연성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한가지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으로 평생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시대의 변화는 그러한 직업을 극소수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는 변화에 뒤쳐지거나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사회에서 도태되는 식으로 흘러갈 것이다. 직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을 먹고 살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다. 대신 하나의 직업을 통해 역량을 개발하고,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사회의 변화로 인해 파생되는 새로운 직업으로의 이동이 유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드론 조종사를 하고 있다면, 드론 이후에 나오는 새로운 운송수단과 관련된 직업으로 이동, 혹은 드론 조종사를 하면서 배운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전혀 다른 직업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나는 죽을 때까지 드론 조종으로만 돈을 벌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은 버려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잡노마드(Job Nomad)(1) 란 직업(Job)을 따라 유랑하는 유목민(Nomad)라는 말의 합성어이다. 우리는 이미 공항이나, 역, 등에서 끊임없이 노트북 혹은 스마트폰으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노트북을 통해 문서 작업을 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이메일을 확인하고,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는 말이 사용됨과 동시에 더 이상 사무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을 하던 시대는 이미 벗어나있다. 그리고 이는 잡노마드의 시대가 가능함을 보여준 시발점이 되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하나의 소속된 회사라는 곳을 위해 일을 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하나의 회사가 아닌 여러 개의 회사 혹은 나 자신을 위해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고정관념 중 하나는 직업이 하나여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회사는 평생직장이 될 수 없다. 이는 회사를 옮긴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회사라는 곳은 극소수의 경영진들만을 위한 곳이지, 그들을 위해 일하는 일반 노동자를 위한 곳은 아니다. 일반 노동자들은 그들 스스로를 위한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수시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그 선택은 동시에 여러 개가 될 수도 있다.
미래를 그려보자. 회사는 비용 효율성을 고려하여 더 이상 정규직 직원의 채용을 선호하지 않는다. 대신 프로젝트 팀을 수시로 운영하며 필요한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고용한다.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리더는 회사에서 맡지만, 프로젝트팀의 팀원들은 외부의 입증된 전문가들을 고용해서 그들의 역량을 최대치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에서 고혈압 약을 새로 개발해서 시장에 출시한다고 하자. 이전에 회사에서는 회사 내의 각 부서의 담당자들을 모아 태스크포스팀을 만들고, 그 제품을 담당해야 하는 마케터가 이 팀을 운용하곤 했다. 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는 회사에서는 프로젝트 리더 한 사람만을 내부에 두고, 나머지 역할은 모두 외부에서 한시적으로 영입을 한다. 고혈압 마케팅 전문가, 영업전문가, 전문지식을 갖춘 의사 등을 필요에 따라 모집하고, 3개월서 6개월 정도 시장진입 전략을 세우고 향후 몇 년간의 영업마케팅 전략을 수립한다.이 팀에 모집된 팀원들은 모두 고혈압 약과 관련된 전문가들이기에 내부 인력을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전략을 빠른 시간 안에 도출해 낼 수 있다. 이전에는 마케팅과 영업뿐만 아니라 기타 유관부서들의 역할이 지속되어야 했기에 모두 회사에 소속이 되어 있었지만, 미래의 사회에서는 그 모든 유관부서들이 지속적으로 필요로 되어지지는 않기에 지속적인 고용의 필요성이 사라지게 된다. 대신에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전문가들은 하나의 회사에 얽매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회사의 다양한 업무들을 하게 된다.
아직까지는 전문컨설팅펌을 통해 경영, 마케팅의 컨설팅을 주로 진행하고 하고 있지만, 미래에는 경영과 마케팅과 관련된 분야는 더욱 세분화, 전문화되고, 그 외에 유통, 회계, 인사 등의 업무도 전문가와 전문조직을 통한 외주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컨설팅펌에 소속되거나 집단화 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필요에 의해 활동하게 되며, 이러한 전문 인력과 회사의 프로젝트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전문적인 경험과 역량을 갖춘 개인은 더 이상 하나의 직업에 얽매이지 않으며,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에만 일정기간 동안 집중하고, 또 다른 역량을 개발하면서 전문 영역을 점점 다양화해 나갈 수 있다. 미래에는 고혈압 마케팅 전문가, 샴푸 유통전문가, 과자 개발전문가, IT 회계전문가 등 산업군별로, 때로는 더 세부적인 영역으로 구분 되어진 전문가들이 각자의 역량을 통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전문가들은 하나의 전문적인 분야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두세 개 이상의 전문영역을 확보해야만 진정한 잡노마드 족으로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역량의 부족은 프로젝트에 참여를 어렵게 하며, 곧 아무도 찾지 않는 잡노마드족은 실업자와 다름이 없을 뿐이다. 그렇기에, 역량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만이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고 누리며, 개인의 삶까지 풍요롭게 영위하게 될 것이다.
1. 노마드(Nomad),콘셉트 커뮤니케이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275721&cid=42251&categoryId=5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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