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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의 노하우 Nov 10. 2017

16. 신기술을 통해 표현의 한계를 무너뜨린 예술.

모방이 아닌 진정한 예술적 창조의 가치가 인정될 때.

티핑 포인트: 모방이 아닌 진정한 예술적 창조의 가치가 인정될 때 인공지능 예술가가 탄생한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어 거대한 변화를 이루기 전의 균형을 깨뜨리는 변화의 시점


N009_로봇 K-456 | 백남준, 1964(1996), 사진출처: 백남준아트센터                                   

1953년 컬러 TV가 발명되었고, 1954년에 미국에서 상용화가 된 후 국내에서는 1980년이 되어서야 가정으로 컬러 TV가 보급되기 시작했다.(1) 미처 국내에서는 컬러 TV가 상용화 되기 전에, 시골에서는 TV를 보기 위해 마을 전체가 모여야만 했을 무렵, 1963년 독일의 한 작은 갤러리에서 ‘음악의 전시-전자TV’라는 파격적인 형식의 전시회가 열렸다.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의 중간 즈음에 빠른 속도로 기계의 발달이 이루어 지고 있던 시기였다. TV 라는 음향과 화면을 동시에 제공해 주는 새로운 플랫폼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비지니스들이 새로이 생겨났다. 그리고 백남준은 이를 빠르게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을 시켰다. 백남준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디어아트의 개척자로 시대의 신기술을 예술에 적극적으로 접목시키는 예술가였다. 1964년에는 일본에서 로봇 [K-456]을 만들었고, "나의 로봇은 고용창출 효과가 뛰어나다. 몇 걸음 옮길 때마다 고장 나기 때문에…”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백남준은 예술가는 미래를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계획](1974) 라는 논문을 발표했다.(2) 당시에는 2차 산업혁명 후기의 산업사회에 대한 고민만이 전부였지, 이후에 있을 3차, 4차 산업혁명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던 듯 하다. 하지만, 백남준은 예술이 미래를 이끄는 신기술과 어떻게 융합되어야하는 가를 적절히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이고 훌륭했던 예술가였고, 다음과 같이 평가 받았다.(3)

                                                                                        

 “과학자이며 철학자인 동시에 엔지니어인 새로운 예술가 종족의 선구자”
 “아주 특별한 진정한 천재이자 선견지명 있는 미래학자”


그리고 아직까지 대치동에 있는 포스코빌딩과 과천 현대미술관에 가면 거대하고 아직도 무척이나 현대적이고 동시에 아날로그적인 그의 예술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표현의 한계를 확장하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다양한 신기술들은 기존의 기술적으로 제한이 되어있던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D 프린팅은 기존의 깍고, 갈고, 자르고, 또는 쌓고, 붙이고, 덧바르던 방식을 벗어나 예술적 표현에 집중하여 결과물을 보다 빠른 시간에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한다. 다양한 스토리를 보여주던 필름아트는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다 현실적이고 작가에게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제공해 준다. 이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의 융합은 고전적 영역의 예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동시에 관객과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고로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분명히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창의성의 대체인가 모방인가?


그러나 새로운 화두는 새로운 기술의 활용이나 예술과의 융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대체불가로 여겨왔던 인간의 창의성마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 증거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1956년 J.MaCarthy에 의해 다트머스 회의(Dartmouth Workshop)에서 처음 사용이 되었고,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 지각, 이해능력 등을 실현하는 기술’로 2010년 정의되었다. (4) 인공지능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967년 인간과의 체스게임을 이기고 나서부터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긴 것과 같이, 학습을 통한 추론능력에 있어 인간보다 우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두각을 나타냈던 분야가 예술성의 기반이 되는 창의성은 아니었다. 2017년 11월 1일 한국컨텐츠진흥원과 SM엔터테인먼트는 음악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새로운 미래형 컨텐츠를 제시하는 쇼케이스를 가졌다.(5)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인공지능이 작사와 작곡뿐만 아니라, 비보이의 춤을 창작하거나 상황과 기분에 맞는 음악을 제시해 주는 등 음악 그 자체뿐만 아니라 음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감성적인 가치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미 인공지능은 많은 예술적 부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2017년 벤자민이라 불리는 인공지능이 쓴 시나리오는이미 영화와 되어 ‘Sunspring’ 이라는 제목으로 관객들을 만났고, 2016년에는 인공지능이 딥러닝 기술을 통해 배운 화법으로 그린 그림들이 전시회를 가지고 관객들에게 판매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인공지능이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딥러닝으로 학습한 후 소설을 쓰기도 했고, 시를 쓰거나 기사를 작성하는 인공지능도 이미 등장하여, 인간의 창작물과 구분이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예술적 창작은 단지 머리 속의 창의성과 예술성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작가의 의도와 오랜 시간에 걸친 성찰에 따라 완성된 철학의 깊이가 더해져야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딥러닝 기술을 통해 인간의 지식과 경험을 빠른 시간에 학습하고 이를 통한 추론과 모방을 기반으로 한 창작을 한다. 인간은 경험과 지식을 통해 감정의 기억이 쌓이고, 순간순간의 미세한 변화와 차이에서도 감정의 기억들을 소환하고 연결하여 창의성을 드러낸다.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슬픔이라는 감정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슬픔의 깊이와 넓이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의 창의성은 어찌 보면 인간의 창의성을 모방한 것 정도에 머물렀다고 한다. 지속적인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감정의 선과 기억의 의미를 사실 자체가 아닌 하나의 의미로서 인공지능에 학습시킬 수 있다면 그때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기술적 표현은 이러한 깊이 있는 철학적 관념에 기초한 창의성과 예술성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 중의 하나일뿐이다. 물론 이를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서는 다양한 기술적 도움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미술사에서 극단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는 물감을 튜브에 넣어서 가지고 된 시점이라고도한다. 이를 통해 제한된 공간이 아닌 풍경화를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시대가 왔고, 이는 이전까지 미술적 표현의 한계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물감을 튜브에 넣는 아주 작은 기술로 말이다.



신기술과 예술의 융합의 미래


신기술들은 긍정적으로 예술의 대중화와 관련 시장의 확대를 이끌 수 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관람을 하면서 별도로 도슨트의 도움이나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통해 눈앞의 그림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작가와의 채팅도 나눌 수 있다. 집에서는 VR을 통해 작품들을 구경할 수도 있고, 구매 정보 역시 한눈에 볼 수 있어 시장의 확대도 가능할 것이다. 원격 3D 프린팅을 통해, 맞춤형 예술작품을 실시간으로 관객앞에서 제작할 수도 있다. 행위예술들은 사물인터넷을 활용하여 관객들과 더욱 밀접히 소통할수 있는 새로운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바이오 신기술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자극하는 뇌의 부위 혹은 유전자를 찾아 이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키워드 중 하나는 융합(Convergence)이다. 하나의 기술이 이러한 혁명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혁신적인 기술들의 융합을 통해 보다 다양하고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영역을 창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예술은 그 다른 어떤 산업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예술의 영역들을 확장시켜왔다. 그리고 예술가들 특유의 개방성은 그 어떤 분야에서보다 더 놀라운 상승효과를 만들어 왔고, 또 지금도 꾸준히 그러한 긍정적인 융합들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모방, 그리고 인간으로부터의 창작이 아닌 것에 대한 저작권


예술이 새로운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창작된 작품들에 대한 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은 학습을 기반으로 한 모방을 통한 창작활동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은 모방이다. 인간의 경우 다른 이의 창작물을 보고 영감을 얻고, 이를 활용할 경우 오마주나 패러디 등으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 인공지능의 창작물은 다른 작품의 패턴에 따른 모방을 기반으로 하기에 이는 원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침해의소지가 없지 않다. 그리고 인공지능 자체를 저작권의 주체로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아직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한 상태이다. 기본적으로 국내의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정의를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현행법상에서는 인공지능의 창작물에 대한 보호가 쉽지 않다.(6)


기계의 조작이나 정확한 계산 등은 분명히 인공지능이나 새로운 기술들을 활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예술의 영역에 있어 인공지능의 창작활동이 가능함을 확인했지만, 그 결과물이 인간의 그것보다 월등히 좋다던가 반드시 뛰어나다던가 하는 평가는 아직 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진정한 신기술과 인간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예술일 수도 있다.






P.S 예술의 전당에서 과학과 예술 이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린 적이있었다. 호기심에 찾아가본 전시는 한국과 중국의 과학자와 예술가들의 서예작품들만을 전시해 놓은 전시였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이 가신다면 주변 분들께도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컬러TV 등장과 컬러인쇄, 인쇄역사, 오성상, 2013.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625308&cid=42192&categoryId=42209


2.     예술사를 뒤흔든 백남준의 결정적순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74699&mobile&cid=58862&categoryId=58872 


3.     백남준 아트센터, http://njp.ggcf.kr/njpack/profile 


4.     인공지능의 명암, 경기개발연구원, 배영임,2016, http://www.gri.re.kr/%ec%9d%b4%ec%8a%88-%ec%a7%84%eb%8b%a8/?pageno=1&ptype2=&sc=&sv=&limit=10&searchcode=&pcode=&brno=6640&prno=5332

인공지능의 명암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바둑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그 관심이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또한 미국대선에서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이 정확히 결과를 예측하면서 인간을 뛰어넘는 학습능력과 추론, 판단능력에 대해 높게 평가하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산업구조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인공지능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인공지능은 향후 15년 이내에 일상적으로 보편화 될 것이며 ‘자율주행자동차’가 가장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장 필요한 분야는 ‘의료서비스’라고 응답하였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인공지능기술의 발전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삶을 편리하게 해주어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라는 인식이 가장 높았으며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공지능기술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서는 ‘인간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인공지능 적용범위 및 자율성 등에 대한 법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인공지능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몇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 인공지능이 발전함에 따라 제조업의 생산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높은 반면, 인공지능 기술의 일자리 대체에 따른 인간의 ‘일자리 감소’라는 부정적인 측면의 우려가 크다. 둘째,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생활을 다양하게 지원함에 따라 편리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인공지능이 인간의 판단을 얼마나 대신할 것인가, 비윤리적 판단에 따라 초래되는 결과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는 이미 빠르게 진행하고 있으며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인공지능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경기도는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관련 분야 혁신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어 이를 활용하여 인공지능 허브(Hub)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인공지능을 통한 의료서비스, 노인 생활지원 서비스 등 복지서비스를 필요한 계층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인공지능의 비윤리적 판단과 이로인한 부정적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판단, 책임, 권한 부여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www.gri.re.kr

 


5.     인공지능이예술하는 시대…"창작은 인간의 전유물?", 연합뉴스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1/01/0200000000AKR20171101165000005.HTML?input=1195m


6.     인공지능에 관한 저작권법적 쟁점 연구, 유민지, 고려대학교, 2017, http://www.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be54d9b8bc7cdb09&control_no=e95fa0adc87cc593ffe0bdc3ef48d419&outLink=N#redir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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