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부해야 되는지 만들어줘요.
아내가 오늘은 다른 엄마들의 글을 보고 열불을 냈다. 자기 담임은 실시간 원격수업을 안한다고 말이다. 애들이 등교하는 날도 적은데 선생님이 하는 일이 도대체 뭐냐고. 월급이 아깝다고. 아내는 내가 집에서도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학생들 수업관련하여 자료를 준비하고 공부하는 것을 보아왔던 터라 속이 터질만도 했다.
아이들이 등교를 하지는 않아도 학교는 늘 바쁘다. 내 말을 믿지 않을 사람들도 학교밖 사람들도 많겠지만, 선생님들은 늘 바쁘다. 요즘 실시간 원격수업에 대한 전반적인 학부모님들의 요구가 많아졌다. 현재 많은 학교가 진행하고 있는 과제형 수업이나, 일방향식의 동영상 수업이 아이들의 학습에 도움이 안되고 있다는 염려가 크기에 대안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집 큰 아이는 EBS도 보고,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꼬박 해내고 있다. 자기가 취미로 좋아하는 미술을 제외하고는 학원을 보낸 적이 없다. 또한 지금 현재 경험하고 있는 학습의 형태도 만족하고 지내고 있다. 아직 학력 하락에 대한 두려움도 적다.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늘면서 부모들의 학습 관여도가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애들이 모르는 것 투성이니, 부모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갑자기 맡게 된 부모도 참 부담스러울 것이다.
온라인 수업의 형태는 과제수행형도 있고, 실시간 원격수업도 있고, 교사가 미리 준비한 동영상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도 있다. 어떠한 형태이든 등교수업만 못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온라인 수업은 뭔가 불편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반은 내가 목소리를 더빙한 수업영상을 아이들에게 제시해 주고 있다. 아이들은 그날 배운 내용을 노트필기하거나 학습결과물을 사진을 찍어 학급SNS에 올리고 있다. 학습정리된 내용을 보고, 맞춤법도 봐주고, 틀린 내용도 고쳐서 답도 달아주고 있다. 노트정리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서 최근에는 어떤 내용을 기록해야하는지 학습안내에 기록tip을 제시해 주있다. 개인적으로는 등교 때보다 훨씬 깊이 있게 학습을 돌봐주는 느낌도 받는 현실이다. 다만, 이렇게 매일 학습 결과를 학급SNS에 꼬박 올리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 번도 안 올린 아이들도 있다. 한 번도 안 올린 아이들은 집에 연락을 해도 소용이 없다. 내가 말해도 안되고, 부모가 말해도 안되는데 이런 아이들이 제일 걱정이다.
실시간 원격수업을 원하는 이유는 어른의 감시, 곧 교사나 학부모의 관리 없이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는 지금 온라인 학습 시대의 실시간 원격수업을 최선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6학년의 경우 40분씩, 하루 6번의 수업을, 즉 240분을 넘게 컴퓨터 모니터 아니면, 스마트기기를 바라보는게 과연 좋은 일일까 싶다.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세운게 1시간짜리 수업에서 동영상은 15분은 넘기지 않는 것이었다. 6학년이면 하루에 많게는 90분이내로 수업을 듣는 것이다. 이럴 때 소아정신과나 소아안과 의사선생님들도 뭔가 연구 결과를 내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실시간 원격수업도 대안이 아니라고 하면 도대체 이 온라인학습 시대에 우리 아이들을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나는 학습역량을 길러주는 것에 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된다. 학습역량에는 우선적으로 자아인식과 학습동기라고 본다. 이후에는 글쓰기나, 말하기, 읽기와 같은 학습 기능을 길러 주는 과정으로 가야한다 보여진다.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 나는 왜 공부해야하는지를 고민할 시간들을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동기는 주변 상황에 굴하지 않고 결과를 얻어내게 하는 힘이 있다.
재수생 종합반 시절,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선생님과 내가 나눈 대화는 이랬다.
"oo아, 친구들이 너랑 얘기 좀 하고 싶데. 너 쉬는 시간이고, 점심시간이고 바로 공부한다며?"
"네."
"왜, 그러는 거야? 친구들은 너랑 친해지고 싶어 하는데."
"저는 애들하고 친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지방에서 올라와서 누나랑, 형이랑 자취방에서 어렵게 공부하잖아요. 식구들이 다 저 때문에 고생하는데 틈이 있는대로 열심히 해야죠."
"그래, 네 말이 맞다. 지금 상황에 친구들하고 놀 때 아니지. 그러면 친구들이 옆에서 얘기 많이하고 떠들어도 신경 안쓰이니?"
"들려도 한귀로 듣고 흘려요. 그냥 안들린다 생각하면, 신경 안쓰이고 하겠더라고요,"
당시 내게는 동기가 명확했다. 어느 대학과 어느 과에 가야겠다는 생각. 주변 사람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 가족들이 돌아가면 내어주는 학원등록금. 이런 저런 생각이 나의 학습 의지를 확고하게 만들어 줬다.
온라인 학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현재 매우 혼란스러울 거다. 갑자기 주어진 자율, 이 자율을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모르겠고, 나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도 부족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하는 것인지, 잘못하는 것인지. 그리고 나의 선택이 이후에 어떤 결과를 낼지 판단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핵심은 내가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답을 분명히 하지 않고서는 실시간 원격수업 할아버지가 와도 소용 없다. 온라인수업 시대 우리아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방법이 아닌 공부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게 우선으로 보인다. 학습동기는 에너지다. 그리고 글쓰기, 말하기, 계산하기는 자동차라고 보면 된다. 충분한 에너지 공급이 자동차를 굴러가게 한다. 몇 번 오지 않는 학교에서도 놓친 교과의 보충도 필요하지만, 학습동기 개발을 위한 교육이 많이 필요하리라 보여진다. 코로나19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온라인 수업은 몇 년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학습 방향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휘청거릴 거다. 이런 혼란의 시대를 가장 빨리 종식시킬 방법은 공부의 근본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로 공부는 왜 하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을 통해 학습동기를 만드는 일에 더 힘써야 하겠다. 완전한 등교 수업이 열리더라도 이 일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어차피 평생 배워야 사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