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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nislaus Oct 10. 2019

블루헤븐국 세제사 2장. 세금의 등장

6-2. 정액세에서 토지세로

블루헤븐의 토지세는 현실의 세금인 보유세와 같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하게 우리나라의 보유세에 대해 잠시 살펴보기로 한다. 보유세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세금은 과세대상의 가치에 일정한 세율을 곱하여 계산된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 = 공시가격 × 세율     

위 식에서 '공시가격'은 땅의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에 있는 땅 1제곱미터와 시골에 있는 땅 1제곱미터의 가치는 같지 않다. 그런 까닭에 서울 땅과 시골 땅의 면적이 같더라도 부과되는 보유세는 같지 않다.

참고로 조선시대의 전세(田稅)도 오늘날의 보유세와 같은 계산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15세기 중엽에 전분 6등법과 연분 9등법을 두어 1결당 4두에서 20두까지 차등을 두었다. 그 당시 토지의 가치란 식량생산능력에 비례하는 것이었으므로 토지의 질과 농작의 풍흉에 따라 세금의 정도도 달리 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블루헤븐의 새로운 세금은 토지가치가 아닌 면적에 따른다. 블루헤븐의 영토가 넓지 않고 토지의 생산능력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대부분의 토지가치는 거의 무차별하다(그러나 이런 식의 세금제도는 역으로 토지가치가 균일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결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앞에서 세금을 정의하면서 뒤에서 살피기로 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반대급부의 의미였다. 이제 그 뜻을 여기서 마저 살펴보기로 하자. 세금의 정의를 다시 쓰면 아래와 같다.  

블루헤븐(국가)의 운영(담 쌓기, 외세침입대비 및 전투)에 필요한 식량(재원)을 조달할 목적으로 개별적인 반대급부 없이 블루헤븐 주민(국민)으로부터 선택이 아닌 반드시 내야 하는 경제적 부담(돈)


반대급부란 쉽게 말하면 A가 돈을 주고 B로부터 물건을 사기로 했을 때 B로부터 받는 물건을 말한다(물론 그 역도 성립한다). 세금을 반대급부 없이 국민으로부터 걷는 돈으로 이해하면, 국민은 돈을 내면서 국가로부터 전혀 받는 것이 없다는 뜻이 된다. 그런 식의 해석이 맞는다면 국가는 도둑이다. 얼핏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따라서 반대급부는 개별적인이라는 문구와 짝을 지어 읽어야 쓸데없는 오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개별적인 반대급부가 없다’는 말은 납부한 세금에 정확하게 비례해서 국가로부터 공공서비스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가령 세금으로 A가 100만 원, B가 50만 원을 각각 부담했다면, A가 길을 걸어갈 때 가로등이 10개 켜지고 B가 걸어갈 때는 가로등이 5개만 켜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금이 개별적인 반대급부를 수반하지 않는다는 말은 정의(正義)에 가깝다. 현실의 당신이 생명에 위협을 받는 위급한 상황에 처해 다급하게 112로 전화를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납부하신 세금에 따른 경찰출동요청 서비스 횟수를 초과하셨기에 유감스럽게도 지금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딸깍)

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상상해보라.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한편, A가 세금으로 종전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을 냈다고 가정해보자. 증가한 세금만큼 비례하여 A가 국가로부터 받는 반대급부가 증가하게 될까? 당신은 이제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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