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나는 왜 이 글을 쓰는가?

by 낙산우공

공공부문 이야기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브런치북의 개략적인 목차를 저장해 놓았던 것이 작년 9월이었으니 말이다. 이때 나는 오십 고개를 넘어 도발적으로 휴직을 감행한 지 5개월쯤 되었을 시기였다. 한가할 때는 아니었지만 이만한 기회도 없겠다는 생각에 브런치북 공모전 안내를 읽고 고민을 시작했다. 갑자기 너무나 다양한 콘텐츠가 머릿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이 이야기는 무조건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 뒤로 나는 8개월 가까이 목차 구성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답은 너무나 명쾌했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새롭거나 놀라우며 흥미진진하거나 혹은 분노를 일으킬지도 모르지만, 내가 발가벗기려는 그곳은 한 때 내가 몸담았거나 지금 몸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부끄러움에 망설여진 것은 아니다. 그저 이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이(단 몇 명이라도) 알게 된다고 하여 과연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하는 회의감과,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읽힐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교차했다. 그리고 공공부문에서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일하고 있을, 많은 성실한 이들에게 모욕감을 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문을 쓰고 있는 나의 소회는 이렇다. 이 이야기가 그저 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리도록 방치하기에는 너무 많은 세월을 이 문제로 고민해 왔다. 비단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의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고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일 테지만, 그렇다고 하여 부당하거나 잘못된 관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공정과 상식의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곳에서 그것들을 과도하게 경시하거나 짓밟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나는 이 글을 쓰겠다.


나는 대략 22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은 민간인 신분으로 나머지는 공무원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3년 좀 못되게 민간기업에서, 8년 동안은 공공기관(공공기관 직원은 민간인 신분이다)에서, 그리고 12년째 중앙행정기관을 포함한 국가기관에서 근무해 오고 있다. 따라서 20년 가까이 공공부문 경력을 쌓아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나의 공공부문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에 남았던 일화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 이야기들이 의도치 않게 조금은 각색되거나 변형될 수는 있겠지만 모두 팩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 내 양심을 건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곳이라고 하여 완벽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공공부문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개혁조치들을 통해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흐름을 부인하지 않지만 여전히 기저에 깔려 있는 권위의식, 기득권 문화, 갑질 관행 등 뿌리 깊은 관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 모든 게 송두리째 바뀌려면 몇 세대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어울리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모습들이다. 이제 그 내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추어 보려 한다.



*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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