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힘

해방일지, +192일(2022.11.18)

by 낙산우공

수능시험 때마다 가족여행을 다니는 편이다. 수능일이 목요일인 탓에 금요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하는 학교가 많아져 학교에 메인 아내나 아이들에게는 연휴가 되기 때문이다. 가을 시즌도 살짝 비켜 간 시기인지 관광지도 제법 한산하여 다니기에 나쁘지 않다.


강원도 설악산 주변에 회사 연수원이 있는 탓에 이럴 때엔 항상 이곳을 찾는다. 올해부터 반려견 동반 숙소까지 제공되니 저렴하게 이용하기에는 이 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설악과 동해안은 우리 가족에게 친숙한 여행지가 되었다.


큰아이 대학입시가 작년에 끝난 덕에 올해는 마음 편히 휴가를 냈다. 재수생 아이를 둔 동료가 있어 살짝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유난스레 표를 내지 않는 것으로 예의를 갖추었다. 주말 끼고 예약하려니 경쟁이 치열했지만 한 달 전부터 부지런을 떨면 성수기 아닌 때에는 어렵지 않게 구해졌다.


그렇게 홀가분한 늦가을 여행을 떠났다. 단풍 보러 나선 길이 아니어서 인지 빛이 바랜 가을 풍경도 좋았다. 내장산 단풍놀이를 가 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색깔의 알록달록함보다는 웅장함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10여 년 전에 방문한 워싱턴 D.C의 가을을 잊지 못한다. 제아무리 화려한 단풍 색깔도 거대한 숲이 내뿜는 가을의 기운을 이기지 못할 것 같다.


아무튼 2박 3일의 짧은 강원도 여행에서 오랜만에 설악을 품었다. 감히 이런 표현을 하긴 우습지만 마침 케이블카가 공사로 멈췄길래 신흥사를 둘러보고 한계령 휴게소에 올라 전망을 감상했다. 고속도로가 뚫린 뒤로 가보지 못했던 한계령은 어르신들의 관광명소로 여전히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담배를 필 수 없는 국립공원인데 버젓이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노부부(?)가 불륜 커플만큼이나 눈에 걸렸지만 아들이 찍은 파노라마 사진으로 위안을 삼는다.


울산바위는 언제 보아도 위압적이고, 설악의 위용은 금강을 보지 못한 내게는 굉장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등산을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언젠가 지리산(?) 종주만큼은 해보리라 다짐하게 될 만큼 강원도와 설악은 내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홍상수 감독이 아니라도 우리는 안다. 강원도의 힘을... 대자연이 주는 성찰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천명은 침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