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을 하면 꾸게 되는…
꿈이란 단어는 세 가지 의미로 쓰인다.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쉽게 말해 수면 중에 꾸는 것과 현실에서 꾸는 것, 그리고 허황된 욕망을 가리킨다. 나는 이 중에서 자면서 꾸게 되는 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본의 아니게 이런저런 이유로 쉰에 접어들면서 두 번이나 휴직을 하게 되었다. 남들 퇴직할 나이에 호강한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속을 알고 나면 그렇지도 않다. 회사 꿈은 복직을 전제로 휴직을 한 사람들이라면 다들 겪는 일일 것이다. 복귀라는 심리적 부담을 안고 휴직생활을 하기에 회사 꿈을 꾸는 일은 다반사다.
나는 13년 동안 다섯 곳의 직장을 다녀본 후에야 한 직장에 정착하여 지금까지 10년을 버티고(?) 있다. 덕분에 꿈속에서 직장 동료는 언제나 섞인다. 첫 직장 상사와 세 번째 직장 동료를 네 번째 직장에서 만나는 일이 꿈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끔은 그들 모두가 진정 한 직장에서 근무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유독 직장을 여러 곳 옮겨다닌 탓이다.
회사 꿈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지만 대개 갈등 상황이 재현되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에 꾸는 꿈이 그랬다. 공무원 조직에서 휴직자는 별도 정원으로 분류되어 소속부서가 없고 복직 시점에 인사명령을 통해 근무처가 정해진다. 따라서 휴직시점에 근무하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그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 내 꿈의 전말이었다. 꿈에서는 가장 우려했던 부서로 발령이 났고 나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휴직할 때부터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 못마땅해했을 나의 직속상사가 복직 인사명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의 예측과 엇나가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그가 순환보직 제도에 따라 내가 복직할 시점에는 전보되었을 것으로 확신하였다. 그는 통상적인 기간을 이미 넘어 그 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다음 인사에서 영전해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가 자리에 남아서 나의 인사에 관여하다니… 언제나 꿈은 이런 식으로 상황이 꼬인다.
꿈속에서는 당황해 있는 나에게 오랫동안 함께 지낸 직장 선배가 인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라고 부추기고 있었다. 그 선배는 조직 내에서 독고다이로 유명하던 분인데 최근 인사명령으로 원하지 않던 자리에 가 있는 상태였다. 고집세고 자기주장이 강한 그 조차 조직의 인사에 저항하지 못했는데 나약한 나에게 부당한 인사조치를 따지라니… 언제나 꿈은 이랬다.
나는 인사조치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새 부서에 출근을 했는데 그곳은 나처럼 조직에서 소외당한 자들의 은신처였고 예상대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끔찍한 꿈에서 깨어난 시각은 오늘 새벽 4시경이었고 나에게 아직 165일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민국 예비역 남성이 공통적으로 꾸는 군대 두 번가는 꿈만큼 끔찍한 순간이었다. 나는 이 꿈을 휴직 200일이 되는 날 꾼 것이다.
예지몽일까? 아니면 단순히 심리상태가 반영된 꿈일까? 불길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오늘의 일과를 다하고 있지만 기분은 영 좋지 않다. 새벽부터 비가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오늘은 나의 스물한 번째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참으로 공교로운 날이다. 앞에서 언급한 꿈의 정의에 나오는 세 가지가 모두 교차하고 있다.
나는 끔찍한 복직에 관한 꿈을 꾸고 나서 복직을 하지 않는 현실의 꿈을 떠올렸으며 지난주에 산 연금복권에 오늘 당첨될지 모른다는 허황된 욕망을 잠시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