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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산우공 Jul 15. 2024

이장폐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이유(2017.07.29)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 하여 하늘이 가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이런 말이 나온 배경이 무엇일까? 손바닥을 들어 하늘을 가리려 하는 자도, 그 손을 보고 있는 자도 그 뒤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손바닥을 들고 있는 이는 딱 손바닥만큼의 하늘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그 손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이가 시선을 어디에 고정하느냐에 따라 힘줄이 울긋불긋하고 땀구멍이 숭숭 나 있는 사이사이로 굵은 털이 듬성듬성 박혀 있는 흉한 손등만 보일 수도 있다. 인간이 제아무리 어리석다고 하여도 손등을 바라보며 하늘이 없어졌다고 믿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을 쳐다보는 이유는 하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자의 권력이다. 그 권력이 손바닥을 든 자의 권위를 만들고 손바닥 뒤편의 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말은 손주인의 권위에 눌려 진실을 외면한 자가 뒤돌아서 되뇌는 양심의 가책에서 기원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한 자의 하소연에 불과하다. 진실을 모르지 않았다는 면피용 발언이지만 그가 진실을 외면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저 나는 어리석어 진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 아니라는 자기 항변의 이면에는 알고도 외면했다는 더한 뻔뻔함을 자인하는 꼴이다.


우리는 똑똑하지 못하다는 말에는 발끈하지만, 비겁했다는 것에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군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면 그들이 가린 손바닥을 치워버리는 호기는 부리지 못할망정 그 손바닥을 만져보거나 손바닥이 가린 저편을 바로 보는 객기 정도는 간직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손바닥 든 자가 머쓱해지는 서늘함은 남아있는 삶을 바란다. 손바닥을 들어 하늘을 가려도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는 이들을 보다가는 그 손바닥으로 당신의 뺨을 내려치는 일이 일어나는 건 그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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