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란 무엇인가?
식당(1)에서 스타벅스는 식당이라고 했다. 강력한 브랜딩과 자본력으로 끊임없는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을 한다. 완성도 높고 효율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서 높은 마진 챙기는 넓은 공간의 비즈니스, 뭘 팔아도 팔리는 것 같다. 고객들도 단순히 차를 마시거나 허기를 채우는 단순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하기도 하지만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레버리지 하기 위해서도 소비한다.
언젠가는 스타벅스 같은 강력한 브랜드 기반의 외식 비즈니스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스타벅스와는 다른 구조의 주방 없는 식당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외식업 8년 차 1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하고 운영했지만 지금도 힘들고 어렵고 지친다. 모든 사업이 어렵지만 특히 외식업이 더 어렵다고 한다. 내 경험상 외식업이 어려운 이유는 외식업의 근본적인 구조와 시스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MAKE. BREAK. MAKE
그동안 많은 식당을 만들어왔다. 이제 그동안 만들어 놓은 외식업의 레거시를 싹 걷어내고 2022년 지금의 기술, 물류, 인프라, 문화 위에 다시 식당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식당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내 생각은 '주방'이다. 주방이 없어야 식당이 산다. 주방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비용, 주방에서 일하는 구성원, 환경과 인력이 만들어 내는 많은 리스크들은 매출이 늘어도 비슷한 수준으로 변동비를 늘린다.
물론 수준 높은 미식을 즐기거나 중요한 만남을 위한 다이닝류의 식당에서는 여전히 주방과 셰프와 재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만만한 대중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은 주방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조리를 고객이 한다면 주방이 없어도 된다. 구이, 찌개, 전골, 찜, 샤부샤부, 볶음 등등 고객이 조리할 수 있는 메뉴는 너무너무 많다. 주방을 만들고 유지할 비용으로 전처리된 재료를 소분해서 받으면 된다. 코로나 이후로 전 처리된 식재료나 반조리, 완조리 B2B 식품들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다.
요리사는 몸을 쓰는 게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한다. 직접 요리를 만들어 내는 쿡이 아니라 크리에이터이자 프로듀서, 디렉터가 되어야 한다. 홀 매니저는 서버가 아니라 매장을 운영하는 오퍼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주방이 없어야 확장이 쉽고 빠르다. 주방이 없어야 누구나 식당에서 일할 수 있고 일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고 인건비도 과감하게 올릴 수 있다. 적게 일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야 능력 있는 좋은 친구들이 온다.
좋은 친구들이 모여야 뭐라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