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삶의 무게

by 밤하

불행을 자랑하고 싶진 않아.

그런 말이 있잖아? 행복의 이유는 그럭저럭 비슷하지만, 불행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고. 다양한 고난들이 있고, 누군가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 힘든 삶을 살아왔지만, 어찌 보면 이 세상에서 내 고난은 평범한 축이고, 더 큰 불행과 암울을 경험한 사람들은 너무나 많지.

나는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게 고난이 없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나도 마음고생 몸고생 해가면서 여지껏 살아남은 거지.


살아보니, 젊었을 땐 고생도 사서 한다지만 더 이상 고생하고 싶지 않아 지더라. 요령 피우면서 힘든 상황들은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살고 싶어졌어. 심각하게 살지 않고 인생을 가볍게 대하고 싶어졌어.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한없이 심각하지만, 가볍게 받아들이려고 하면 그 무게가 줄어드는 게 삶 아닐까?



그래서 이전처럼 어떠한 일이 내 인생 전부를 건 목표인양, 누군가와의 관계가 놓쳐서는 안 될 인생의 동반자인양 집착하지 않으려 하게 됐어.

반드시 잘 보일 필요가 없고, 반드시 성취할 필요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내 가치관에서 ‘반드시’를 내려놓으니까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아.


문제들이 연달아서 찾아오고, 감당하기 힘든 짐들이 두 어깨에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꾸역꾸역 버텨오던 인내심과 함께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 앞으로 고꾸라져 넘어지게 되는 것 같아. 문제들을 하나하나 볼수록 버거움에 앞으로 한 발 내딛는 것조차 무섭게 느껴지지. 그럴수록 나는 결국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 “한 발”이라는 것을 기억하려고 해. 어떤 큰 문제들을 당장 해결하는 게 아닌 한 발을 내딛는 게 내가 할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잖아.


무언가를 그르치게 된다 하더라도 그저 인생의 방향이나 속도가 달라질 뿐이지 인생이 무너진 건 아니라는 걸 의식적으로 떠올려.

어떤 버거운 일도 무서운 일도 그 순간 눈 딱 감고 감당하면, 아무리 날 괴롭히는 일이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 한 조각의 기억이 될 뿐이야.


행복한 나날을 보내든 괴로운 나날을 보내든,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고

멀리서 보면 계절은 평화롭게 바뀌어가고 있어. 그러니 감당해야 할 일이라면 무게라도 가볍게 느껴보자.

우리 너무 무겁게 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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