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낭비

색을 되찾는 일

by 밤하

시간 낭비
돈 낭비

좋아하는 무언가를 위해
시간을 쓰고
돈을 쓰는 일을
‘낭비’라고 칭하는 사람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쓸모’ 없다는 것.

더 중요한 무언가를 위해
좋아하는 걸 미루고
때로는 접어야 한다는 말.
그 말은 어딘가 씁쓸하다.

쓸모 있는 기능과 쓸모없는 기능을 자르듯 나누는
물건의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사람으로 태어나
스스로를 잘라내며 선택해야 한다면
사람답게 사는 일이라 할 수 있을까.

목표를 위해
조각하듯 취향을 덜어내다 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무엇에 마음 뛰는 사람인지
잊어버리고
무채색이 되어간다.


그냥 낭비하며 살 것이다.

잘 프로그래밍된 사람이 되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쓰고,
좋아하는 것에 돈을 쓰는
알록달록한 사람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흘려보낸 시간은
전문성을 만든다.

적은 돈으로
행복을 사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좋아하던 일은
스스로 쓸모가 된다.


사람은
무언가를 좋아할 때
빛이 난다.

나에게 이 축복이 다시 찾아온다면
이번에는
쉽게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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