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와 친절
가시와 친절,
무엇이 나를 지켜줄까.
장미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세우듯,
나도 나를 꺾으려는 세상을 향해 가시를 세웠어.
발끈하고,
짜증 내고,
퉁명스럽게.
내게 상처 입히지 못하도록
가시로 나를 감쌌어.
나를 보호하려고 두른 가시였지만,
가시는 내게 닿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살도 긁었어.
가시 뒤에 숨은 나는 보이지 않고,
어디서 보아도 얼기설기 엉켜있는 가시만 보이니,
참,
못난 모양이더라.
그래서 내려놓아보기로 했어.
가시를.
살며시,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무해한 사람인 척,
친절을 입고.
그러자 서로를 겨누던 가시들이 하나둘 접혔어.
고슴도치가 가시를 접고 이마를 맞대는 것처럼.
가시를 내려놓고 나서야 느껴지는 온기는 따뜻했어.
알게 됐어.
가시는 다가오지 못하게 했지만 나를 상처 입혔고,
친절은 아무에게도 겨눠지지 않으면서 가시를 지나가게 했다는 걸.
친절은 꽤나 효율적인 방패였어.
그런데 어느 날,
친절을 무례함의 허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
참고
또 참고
마침내
날이 선 목소리로 선을 그어야
비로소 멈추는 사람도 있음을.
강한 방패는 가시도, 친절도 아니었어.
친절하되, 침범을 허용하지 않는 선.
가시를 가진 친절만이 방패가 되지.
이제는 가시와 친절 중 하나를 고르지 않아.
대신 두께를 재며 가시와 친절로 이루어진 방패를 만들어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