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의 형태

기준이 만들어낸 중력

by 밤하

나는 기체로 이루어진 행성

사람들 사이에 서 있으면
내 기분은 쉽게 변하고
말 한마디
시선 하나에
하루의 온도가 달라지지.

형태는 있지만
단단하지 않고,
중력이 더 큰 존재가 나타나면
흩어져 버릴 것 같아.

별이 되지 못한 천체라는 별명처럼
미숙아가 된 듯한 패배감.

그래서 나는,
고체로 이루어진 행성이 되고 싶었어.

주변에 누가 있든 태도가 일관된,
영향을 받지 않는,
고체로 된 행성.




나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건 기준.

내 언행의 기준.
내 온도의 기준.
내 태도의 기준.

기준들이 하나둘 생겨갈수록
신기하게도
나는 단단해지면서
동시에 유연해졌어.

아마도 나는
고체가 된 게 아니라
밀도가 생긴 걸 거야.

기준은
나를 단단한 고체로 만든 게 아니라
나를 내 안으로 모아줬어.

기준은

中力을 만들어줬어.

重力이 있는 행성은
기체로 이루어져 있든
고체로 이루어져 있든
형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中力이 있으면
굳이 단단해지려 애쓰지 않아도
흩어지지 않을 거야.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을 거야.

일요일 연재
이전 11화파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