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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Jun 15. 2024

글을 쓰기 위한 대가

P.S 글을 쓰는 문인이 되기 위한 대가가

가혹하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그래도 글을 선택할 수 있나요?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야.

불행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특히 시인은...

그들의 삶은 하나같이 평온하지 못해.

기본 조건이 불행이야.

그래도 자네들은 시인이 될 수 있겠는가?"

전공필수 과목으로 수강했던 '시인론' 수업 시간에

시인이셨던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다.

교수님은 첫 수업시간에,

"우리는 이번 학기에 시인에 대해 공부할 겁니다.

이론을 비롯해 그들의 삶을 살펴보기 위해서 각자 시인 한 명씩

담당하여 시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할 겁니다."

라고 수업 계획을 말씀하셨다.


내 삶도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풋내기들에게

그들의 삶에 대해 연구하여 파악하라니,

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발표에 대한 걱정으로 암담했다.

나는 천상병 시인으로 배정받았다.

하지만 문득, 교수님의 말씀에 의문이 들었다.

'과연 내가 그에 대해 알아보고, 작품을 계속 들여다보면

그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까?'

머릿속에 고민이 가득 찼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천상병 시인에 대한 정보가

타 시인들에 비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천상병 시인은

국어 교과서에서도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기에

그에 대해 접할 기회도 적었기에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사치였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정보가 적었던 만큼 그에 대한 평가는 더욱 또렸했다.

나는 시인 천상병을 찾아보기보다는

사람 '천상병'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먼저, 그의 삶을 살펴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작품에 흠뻑 빠져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한~두 달 정도를 인간 '천상병'에게 미쳐있었다.

그리고 미쳐있어서 가능했을 법한 일을 해냈다.

자료가 부족했던 만큼 도서관에 있는

천상병 시인의 시집과 논문 전부를 모두 대여하여 읽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연찮게

천상병 시인의 친필이 적혀있던 시집을 발견했다.

한참 천상병이라는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마지막 손수 친필로 남긴 그 짧은 글을 읽고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내가 본 천상병 시인은 가장 맑고 순수했다.

그래서 시대에 이용당했고, 내동댕이 쳐졌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까지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죽었다.

세상은 그에게 너무 잔혹하고 잔인했다.

그래도 그에게는 소중한 인연이 있었고

그 인연이 있었기에 천상병이라는 사람이 남을 수 있었다.


작가의 작품을 음미하며 읽다 보면

작가의 삶과 생각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시인들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 누구도 평범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행했고

고통스러웠던 삶이 대부분이었다.

대한민국의 특성상 우리 민족은, 우리의 선조는

수많은 전쟁과 시대로부터 가족과 꿈,

역사를 지키려는 배경도 한몫했다.


교수보다는 시인이 여전히 더 잘 맞다고 하시는 교수님은

본인의 삶, 그중에서 '일상의 평온함'과 작품을 맞바꿨다고 하신다.

글을 쓰는 사람의 삶에는 '고통'과 '불행'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한다.

교수님의 말을 이해하기에 스무 살의 나는 어렸다.

'단순히 불행해야만 글을 쓸 수 있나?

그럼 세상의 모든 작가들은 불행해야만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이들이 겪는 고통은 그들이 단순히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결국은 예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거쳐가야 하는 관문인 것을.


가족을 제외하고

나와 가장 가깝다고 말할 수 있는 내 친구들은

늘 내게 "네 삶은 정말 특별해. 이상한 게 아니지만,

남들이 겪지 않아도 될 일,

그리고 신기한 일, 드라마에 나올 법 한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사는 것 같아"라고 말하곤 한다.

처음에는 이런 친구들의 말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나만 불행하게 사는 것 같다는 말인 것 같아서,

남이 누릴 수 있는 것조차 못 누리는 것 같아서.

하지만 시야를 더 넓게 볼 수 있는 지금은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누군가의 특별한 일상을 담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이 작품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남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을 겪는 게 꼭 나쁜 것도 아니고,

'특별'한 거니까.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대가로 치러야 하는 것이라면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다짐했다.

이왕이면 주인공으로, 인생을 드라마처럼 살아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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