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출간 도전기]
책을 출간한다는 건... 작가의 시간과 마음의 조각이 녹아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목표는 취업 전까지 출판 형식의 원고로 수정하고 최대한 많은 퇴고를 하여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최고의 시집을 출간해 내는 것이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지원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주식회사 부크크와 콜라보를 하고 있어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브런치스토리에 매거진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출판을 하면 기본적으로 작가가 돈을 따로 투자하여 출판을 하지 않아도 되는 POD 출판 형식을 지원하고 있었다.
추가적으로 돈이 드는 경우는, 내지나 표지를 전문 디자이너에게 맡기거나, 교정교열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선에서 내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책을 출간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내는 책이고,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나의 책에 나의 손길이 하나하나 닿아있으면 그 가치가 내게 더 귀해질 것 같았다.
다행히도 나는 대학 졸업 전 마지막 학기에 <출판편집의 이해>라는 수업을 출판사에서 일하는 교수님께 수업을 들었다. 출판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이고 간단한 정보에 대한 이해는 있었다. 과제로 했던 기존 도서에 대한 개정판 기획도 큰 도움이 되었다. 표지도 직접 제작하고 원고 교정도 했다. 원고 교정은 '시집'이라는 특성상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에세이의 경우 시집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작가로서, 국문과 졸업생으로서 맞춤법을 많이 알고 있다는 점도 크게 도움 되었다.
그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도, 불안했다. 원고는 기본적으로 준비는 되어있었다. 하지만 학보사에서 기사를 써봤고, 작가로서 대본을 써봤던 나는 마감과 퇴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이것이 얼마나 사람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두려움도 컸고, 그만큼 설렘도 컸다. 그래서 처음부터 퇴고는 신경도 안 썼다. 어차피 무한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해야 할 것이 뻔했으니까.
생각보다 많이 막막함이 컸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아는 게 너무 없었다. 그래도 해야만 했다. 아니하고 싶었다. 일단 주위 사람에게 내가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다. 괜히 말만 해놓고 준비과정에서 포기하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자신이 너무 없었고 막막함이 컸기 때문에 쉬히 말을 할 수 없었다.
원고는 몇 번이나 수정이 될 수 없었다. 아무리 시가 준비되었다고 하여도, 시도 퇴고를 거쳐야 했고 목록과 구성, 제목, 표지 등을 어떻게 기획을 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 이 과정에서 좌절과 우울도 있었다. 다행히도 길을 찾았다.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작품이 있다는 안일한 생각에 스스로 기획을 따로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무엇이든 기획이 중요하다. 타킷층은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제목은 무엇이며 표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이것이 정해져야 목차가 구성이 된다. 이 순서가 잘못되었으니 의미 없는 퇴고가 계속 반복되었고 목차 구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제목도 여러 번 변경되었다.
혹시 부크크에서 출간을 계획하고 있는 작가님이 계시다면 기획서를 먼저 작성해 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제목, 책을 출간하려는 목적,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저자 경력 및 소개, 목차 등등 미리 기획안을 작성해보시고 하시면 원고를 작성하시고, 수정하시고, 끝내 퇴고까지 가시는 길 돌아가시지 않으실 수 있거나, 가령 10번 돌아가야 할 길을 그래도 5~7번 정도로 줄이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퇴고가 끝나고, 표지 최종본을 완성하 고나서야 지인 몇 명에게만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실, 이들이 필요했다. 시를 잘 알아서 시를 평해줄 수 있는 사람, 시를 잘 모르기에 시를 평해줄 수 있는 사람, 표지와 제목을 보고 구매를 할 것 같은지 봐줄 사람. 글을 쓰면서도 늘 고민할 때가 많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팔리는 글, 그것은 엄연히 다르다. 정말 부러운 사람의 글이 있다. 본인이 쓰고 싶은 글이 팔리는 글인 사람.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글을 게시하기 전에는 인스타그램에서 글 계정이 따로 있었다. 그곳에서 글을 게시할 때, 좋아요 수를 보면 내가 쓴 글이, 어떤 스타일의 글이 잘 팔리는 글인지 알 수 있었다.
글을 쓸 때 늘 고집하는 것이 있었다. '양보다는 질이어야 해. 그래야 부끄럽지 않아. 어떻게 양과 질을 비교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변했다. 양은 양이고, 질은 질이다. 양으로 승부한다고 하여 그 모든 글이 질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글을 써봐야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다. 투자한 시간이 적었다고 하여 그 글이 나쁜 글은 아니다. 내가 쓴 글이 내게도, 타인에게도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다.
그러나 그 사랑에 집착되어 그 목적으로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쓰인 글이 사랑받으면 좋고, 조금 사랑받지 못하면 어떨까 싶다. 이미 내게 많이 사랑을 받았는데. 모든 글이 다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생각과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다 사랑을 받을 수 없듯이, 모든 글도 다 사랑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글도 많이 써봐야 성장하고, 쓴 맛을 봐야 개선을 할 수 있다.
부크크의 승인이 있고, 절차가 통과되면 시집이 출간될 수 있다. 바로 통과되길 바라지만, 적당한 과정을 통해 통과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검색을 해보니, 한 번에 통과가 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 역시 욕심이 없다면 그게 거짓말이다. 시집도 출간이 되면 누군가 내 시집을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내 욕심인 것이다. 이 글에 담긴 내 작은 욕심은 책이 무사히 출간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시집에는 시인만이 알 수 있는 수많은 감정과 사연이 담겨있다. 시는 비유법을 많이 쓰고 함축적이기 때문에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사연은 필자만 유일하게 알고 있다. 시에 대한 설명을 따로 하지 않는 이상, 혹 작품을 설명하더라도 본 사연을 숨기면 독자들은 알턱이 없다. 내게 시는 '일상'이자, 진심이었고,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게 만들어준 힘이었다. 한마디로 그냥 '나'였다. 그런 시들을 모아놓은 시집이다. 매거진에 실린 '시'를 포함하여 따로 모아놓은 시까지 담겨있다.
시집을 준비하며 문득 그런 생각도 해봤다. 시에 대한 설명을 궁금해하는 독자도 있을까? 어쩌다 이 시를 쓰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할까? 사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다. 저자는 어떻게 이런 시를 썼는지, 이 시에 담긴 사연은 무엇인지.... 그래서 시집이 출간된다면 시에 담긴 사연이나 이야기를 한 번 소개해보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시에 담긴 사연이 공개되면 그 이야기에 갇혀 독자의 상상력의 한계를 설정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궁금해할 누군가를 위해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