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고 해도 괜찮아
"조곤조곤", "조곤조곤" 우리의 암호로 시작되는 이야기
P.S 힘들어도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더 밝게 웃고 있는 우리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사람마다 힘든 순간 대처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당연히 다 똑같을 수 없죠. 성향도, 성격도, 자라온 배경도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내보여도 되는 힘듦과 짊어지고 갈 힘듦을 먼저 생각도 하기 전에 알아서 저도 모르게 구분하게 되어버리더라고요. 처음에는 저 자신이 타인에게 다 드러내기 싫어서 일부로 감추어 일부분만 드러냈는데, 이제는 의도적인 것과 관계없이 습관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부분이 때론 좋을 때도 싫을 때도 있곤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버시에 관해 예민한 편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제가 생각해 둔 일정한 선까지는 괜찮지만, 그 선을 성큼 넘어오면 너무 당황스럽고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하기도 합니다. 상대는 이런 제가 오히려 당황스럽고 왜 저러나 싶기도 할 수 있습니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만큼, 공개하려고 했던 부분이 아닌데 공개되는 것 역시 너무 싫어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누군가 제 고민을 아는 것 자체를 싫어해요. 제가 고민을 오픈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고민이 해결됐다거나, 너무 해결이 안 돼서 이제는 도움을 청할 때가 되어 진짜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정중히 도움을 요청할 때뿐입니다. 물론 믿고 그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지만, 만에 하나 그 고민이 소문이 난다고 하여도 그 사람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 것은 이미 입 밖으로 꺼내진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고민을 털어놓기 전까지는 힘든 티를 안 내려고 합니다. 제가 힘든 걸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힘들어도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더 밝은 텐션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되도록 밖에서는 절대 울지 않으려고 이 악물고 버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제가 바뀌었습니다. 감정은 숨기는 것이라고 지금까지 믿어왔습니다. 그것이 약점이 된다고 믿었고, 약점이 된 순간이 수없이 겪었습니다. 억울하게 몰렸던 그 순간까지도 이 악물고 눈물 한 방울도 흘리고 버텼고, 어떤 사람들은 제게 독종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게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무너지는 순간, 제가 무너지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너무 힘들어 불면증이 왔던 그런 순간조차도, 일주일 내내 한숨도 못 잤던 그런 나날을 보낼 때도 누군가 “괜찮아요?”라고 물었을 때 오히려 더 밝은 척 웃으며 “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죠. 아마 타인의 눈에는 제가 곧 있으면 버틸 수 없다는 것도, 곧 무너지리라는 것도 보였을 것입니다. 사실 제 상태를 제일 몰랐던 것은 스스로였을 지도요.
그렇게 되니까 밖에서는 늘 웃고 있음에도 집에 혼자 있을 때 너무 외롭거나 허무하고 공허해서 가슴이 구멍이 난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단지 외로운 건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건 그냥 외로운 것과는 다른 거더라고요. 괜찮지 않을 때는 괜찮지 않다고 말해야 했었고, 울고 싶을 때는 울었어야 했어요. 타이밍을 놓쳤고 감정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꾹꾹 욱여넣고 있었던 거였더라고요.
시간 지나고 보니 이제는 눈에 보여요. 그래서 저는 이제 매일 진심으로 웃고 있지 않은 사람이 제일 걱정되기도 합니다. 제가 그랬던 적이 있으니까요. 사람은 매일 매 순간 웃고 있을 수 없습니다. 웃는 순간이 오히려 우울한 순간일 수도 있죠. 처음에는 타인에게 내 힘들어하는 것을 들키기 싫어서 웃는 것이었는데, 나중에는 웃지 않으면 사람들이 저를 미워할까 봐 무섭고, 마음이 너무 힘든 순간까지 올 수도 있어요.
스스로 늪에 가두는 너무 무서운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사랑하기보다 괴롭히는 게 더 쉽고 생각보다 그런 환경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잊고 있으면 안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를 더 사랑하고 좋아할 수 있는 환경에 더 잘 노출할 수 있게 바꿔가야 합니다.
1년 365일 사람이 항상 밝기만 한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은 다양한 감정을 가지는 게 당연하고요. 제가 성인이 되고 점점 더 큰 사회를 경험하면서 제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게 더 많은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었고, 그 감정들을 다 감당하기가 너무 버거웠던 점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감정을 마주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가장 무겁고 버거웠던 점은 불편한 감정을 상대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상대에게 불편한 감정을 이야기하면 상대도 나를 불편해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사이가 엉망이 될까 봐 나만 참으면 되나라는 멍청한 고민을 했죠. 관계는 함께 노력하고 개선해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속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애써 밝은척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대는 알면서도 일부로 이를 이용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혹시 힘든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웃거나, 화나는 일이 있어도 혼자 삭히거나, 잘못이 없어도 상대에게 사과한다거나, 대화 도중 속마음을 들킬까 봐 늘 조마조마하거나, 누군가를 만나고 오면 집에서 녹초가 된다면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특히 상대와의 관계에서도, 나와의 관계에서도요.
이건 겉은 멀쩡해 보여도 마음은 병든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겉도 이미 병들었을 수도 있어요. 웃음이라는 가면 뒤에 이미 숨어있잖아요. 기분이 나쁘면 기분이 나쁜 채로 있어도 괜찮아요. 힘들고 슬퍼도, 화나면 그게 내가 아니게 되나요? 그 역시 모두 ‘나’인걸요. 사람은 누구나 감정이 있고 그걸 표현해야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감정이 너무 과해도 문제가 되겠지만요.
세상에 나쁜 감정과 좋은 감정은 없다고 생각해요. 감정이라는 게 어떤 상황과 기분에 따라 그냥 느껴지는 것인데, 좋고 나쁜 게 어디 있겠어요. 대신 나쁜 생각과 좋은 생각은 있겠죠. 감정이 나쁜 생각으로 이어지면 안 되겠죠.
더 이상 우리 적어도 ‘괜찮은 척’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나고 보니 무작정 덮어놓고 지나가 보면 그 감정은 지나친 감정으로 없어지는 게 아니라 상황만 사라지고 안 좋은 감정만 남아있더라고요. 그럼, 그게 더 안 좋더라고요. 감정도 제대로 마주하려면 상황과 같이 인지해야 합니다. 불편한 감정도 자주 마주해 봐야 빨리 해결하고 날려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안 좋은 감정은 스트레스라는 끔찍한 먼지 같은 것을 원 플러스 원으로 달고 오잖아요. 초대하지 않은 손님 같은 느낌으로요.
그러니 우리 당장 이 순간부터 힘들면 힘들다고 입 밖으로 내뱉어보자고요. 이왕이면 구체적으로! “나 요즘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몰라서 그게 너무 힘든 것 같아. 괜찮은 척했는데, 사실 괜찮지 않아. 너무 힘들다.” 이렇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