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하 Jun 09. 2024

프롤로그

[아직 어른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

스물다섯.

'어리다'와 '성숙하다'의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 하며 

강제로 어른이 되어가며 

겪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며 자연스레 갖는 생각과 

생각의 변화를 느끼며

스스로에게 조차 

낯설고 어색해하는 과정이 녹아있습니다.


'나'라는 소중한 존재를 보호하고 

지켜내는 방법을 배워가는 

청춘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


"도대체 언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PROLOGUE]

막 스물이 되었을 때쯤,

같은 과 친한 동기들끼리 

모여있을 때 한 친구가 말했다.

앞 뒤 문맥 없이 늘 우리에게 강요해 오던 

그 말을 또 했다.

"우리는 이제 어른이야, 

더 이상 아이는 아니잖아. 

우리 어른답게 잘 살자"

나는 이 말에 큰 거부감이 들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흔히 일반적으로 

'어른'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에게 

"이 꼬맹이들아,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들이.... 

니들은 아직도 얘야, 얘"라는 이야기만 듣다가

갑자기 우리가 어른이라는 

느닷없는 말이라니 헛웃음이 나왔다.


평소라면 동기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며

흐르는 시간을 나른히 즐겼을 것이다.

잔잔하던 내면에 

평화가 깨지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나도 모르게 날이 선 말투로, 

"우리가 이제 막 성인이 됐지, 

어른은 아니지"라고 차가운 멘트가 나갔다.


사실, 예고된 상황이었던 것 같다.

저 친구는 늘  

"우리는 이제 어른이잖아, 

어른답게 행동하게 노력해 보자"라는 

뜬금없는 멘트와 함께 종종 '어른'을 강요해 왔다.


또 다른 동기가 말을 덧붙였다.

"그래, 우리 보고 어른이라고 하기는 그렇지, 

너도 이제 그 말 좀 그만해라"


동기의 말이 끝나자, 

나는, 나의 평화를 깨버린 그 친구에게 말을 이어갔다.

"그런 너는? 네가 생각하기에 네가 어른이야? 

어른은 누가 너 어른됐다! 해서 

누구나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자꾸 강요하듯 말하지 마"


그 친구는 나에게 답변을 이어가지 못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단순히 대화의 내용을 텍스트로만 보면, 

발끈하는 내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앞 뒤 상황 없이 자꾸 입버릇으로

'어른'을 강요하는 저 친구의 버릇이 나는 싫었다.

아니면 나는 그냥 어른이 되기 싫었나?


저절로 갑자기 되어버린 어른.

철부지가 어른이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아니, 적어도 죽기 전까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꼭 어른이 되어야 할까?

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 답을 찾지 못한 나는 아직,

나는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