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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Jun 16. 2024

얽힌 실타래를 풀지 않아도 된다

[아직 어른이 되어 가는 중입니다]

좋은 경험이지 못했던 것들조차 시간 지나 돌아보니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나의 모든 날들이었다.



때때로 세상이 더 잔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갑자기 처해진 상황에 생각을 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여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해 여름은 유난히 더우니 조심하라는 아나운서의 멘트가 뉴스 코너에서 매일 빠짐없이 흘러나오고 있던 즈음이었다. 너무 더워서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어 침대에 가만히 누워 맴맴 우는 매미소리를 들으며 누워있을 때였다. 더위에 유독 약했던 나는 어릴 때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더위를 안 타고 그냥 넘어가는 해가 없었다. 그날도 역시 귓가에 웅웅 소리가 들려오는 걸 느끼며 '더위가 날 가만히 둘 리 없지'라는 생각을 했다. 난 늘 여름에 약했다. 단순히 더위에 약했다기보다는, 그냥 안 좋은 일은 여름에 겪어서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거였던 것 같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 친했던 친구와 멀어진 일, 이러다 곧 죽을 것 같지만 이 악물고 버텼던 시기, 손에 놓지 못했던 것을 쉽게 포기해 버렸던 순간,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시절, 그때의 내 생각으로 빼곡히 채웠던 일기, 하고 싶은 일을 무작정 시작한 것, 잃고 싶지 않았던 내 사람을 손에서 놓아야 했던 순간.


사람은 누구든, 언제나 무너질 수 있다. 때론 놓친 기회와 순간에 후회할 수 있고, 해보지 않았기에 망설일 수 있다. 꿈을 포기하며 가슴에 구멍이 날 수도 있고, 꿈을 포기했던 그 순간을 원망할 수 있다. 뻔히 알면서도 힘든 길을 걷기도 하고 때론 과거에 갇혀 그때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나는 때때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늘 시간에 쫓기며 허덕인다. 종종 내게만 시간이 유독 금방 흘러가고 짧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자연스레 여유를 즐겨왔다는 것을. 모두가 실패하고 고민하고, 실망하고 다시 도전하기 위해 일어나는 그 과정을 나는 당연하게 여기며 겸허히 받아들여왔다는 것을.


때때로 두렵기도 했고, 놓아버리고 싶고, 잘 지내다가도 가끔 넘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매 순간을 최선을 다했기에 모든 것에 담담했다고는 못하지만, 적당히 아등바등하며 견디고 살아왔다. 그래서 어제를 견뎌낸 내가, 내일의 나를 그 누구보다 응원하고 위로한다. 이 세상은,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거의 없다. 어떠한 하루를 보냈든 결국 괜찮다. 나는 지금도 그저 나아가는 중이며, 배워가는 중이기에.


과정을 중히 여기면서도, 한 때 스스로를 끝없이 자책하며 괴롭혔다. 소용없는 헛된 시간 낭비 다는 것을 아는 지금은, 스스로를 괴롭혔던 것도, 그 괴롭힘에 눈물이 멈출 수 없던 시간도 아깝다. 청춘은 서툴고 불안하기 마련이고 더욱이 어른이 되어가는 치열한 이 사회 속에서 어떤 사람으로 어른이 되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확실하게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우선은 '나'라는 사람을 누리며 사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때로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 노력했고 와중에도 부지런하고 효율적인 삶을 위해 잠을 줄이고 계획을 세우며 노력해 왔지만, 오늘만 살기 위한 삶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은 쉬어도 마음이 쉴 시간이 없었다. 이따금 지쳐서 주저앉기도 했고, 그마저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서 마음을 감추고, 스스로에게 숨겼다.


나는 왜 못하나, 낙담하기도 하면서 장애물에 가로막히는 순간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고 사람에게 상처받을 때마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순간조차 후회할까 봐 다 누르고 살아왔고, 얼마 전까지 그렇게 살았었다. 감정에 휘둘리면 해야 할 일도 그르치니까, 그러면 내 하루가 흔들리니까 결국은 그렇게 행복이 멀어질 것 같아서.

하지만 아둔한 생각이었다. 지금 행복하지 않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데, 어떻게 내일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든, 언제나 무너질 수 있다. 놓친 기회와 순간에 후회할 수 있고, 해보지 않았기에 망설일 수 있고, 해보지 않았기에 망설일 수 있다. 꿈을 포기하며 가슴에 구멍이 날 수도 있고, 꿈을 포기했던 그 순간을 원망할 수 있다. 뻔히 알면서도 힘든 길을 걷기도 하고 때론 과거에 갇혀 그때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우리를, 나를 살게 하는 건 사랑받고 사랑했던 순간들, 우리가 함께했던 기억과 추억들이다. 그 틈에 시간을 오가며 버티게 만드는 낭만 같은 것들이었다. 스스로, 세상을 사막처럼 삭막하고 메마르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선인장처럼 뾰족뾰족한 현실이라도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정답게 살아가는 게 나의 서툰 청춘을, 조금이나마 더 빛나고 찬란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여전히 나는 아직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아이가 혼자 성장하지 못하듯이

나는... 어른도 혼자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 같이 어제보다는 더 나아갈 수 있게

밀고 당겨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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