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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n Oct 28. 2022

깐깐한 금융사를 제품도 없이 제휴를 했다고?

창업을 했던 순간을 후회했던 잠깐의 순간

각 산업 분야별 본인의 성향이나 기존 전공들을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산업분야에서 전문적인 기획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나의 기존 전공이 경제학이고,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금융권에 있었기에, 핀테크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금융권과 핀테크를 선택했다는 것을 가장 후회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가 바로 금융업을 하는데에 진입장벽이 높았을 때였다.
금융업을 하기 위해 법률, 라이센스와 제휴 문제가 발생했을 때였다.


조금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면, 가장 많은 서비스의 형태인 커머스를 금융권에 도입한다면, 우리는 광고 관련 법률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법 내부에 있는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 등 금융권의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2022년 현행법 상 예금, 적금, 카드 등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위의 법에 저촉되기에 맞춤형 추천과 같은 서비스를 만들 수가 없다)


내가 서비스를 만들던 시기에는 맞춤형 추천이 가능했으나, 우리는 금융권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도 여러 장벽이 많았고, 만들어서 진행하던 중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추천 및 연계 시스템이 막혀서, 서비스의 큰 틀을 바꿔야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후회를 하던 시기에 오히려 도전 정신을 많이 보였다. 아직 사회와 금융권들을 잘 몰랐던 나의 입장에서는 "이게 왜 안돼?"라는 생각이 강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좋아하지 않는 말이지만, "역시 MZ라 그런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기존 금융권에 계신 분들의 경우에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지 말라고 하셨었고, 결과론적으로는 나는 해결해냈다.


우리가 필요했던 것은 크게 2가지였다. 저축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돈이 모일 수 있는 계좌인 "금융권과의 제휴"가 필요했으며, 그 계좌로 돈을 옮겨줄 수 있는 "이체 시스템"이 필요했다.



돈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위해 "금융권과의 제휴"를 해보자


첫 번째로, 금융권과의 제휴의 경우, 처음부터 금융권 제휴를 선택했던 것은 아니었다. '1. 기존 계좌를 등록', '2. 신규 계좌를 개설 후 등록', '3. 포인트로 저축시킴(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고려했다. 


우선 '3. 포인트로 저축시킴'이 UX이자 사용자를 위한 경우에 가장 최우선이었다. 왜냐하면 간편하니까. 그러나 이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이라는 라이센스가 필요했고, 이 라이센스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5억이 필요했다. 모기업이 있지 않고서야, 초기 스타트업은 절대로 불가능한 라이센스 취득이었다. 금융업을 하는 데에는 안전성이 중요하기에 당연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법이 어디 있어!"라는 생각으로, 전자금융법률을 다 뒤져보니, 예외사항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 예외사항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나를 믿지 않았다. 법률 검토 또한 2~3차례를 받아보았다. 그랬더니, 변호사님들 또한 가능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사업적으로는 가능한 사항이니 시도를 해볼까! 했지만, 우리는 시도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서비스를 만들기에 내부에서 자유로운 대응이 불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외사항에는 30억의 최대 발행액 제한조건이 있었는데, 만약 사용자들이 저축한 총액이 30억이 넘는다면 우리는 예외사항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법을 어긴 것이 된다. 우리가 그때 예상했던 고객 수와 예상 저축 금액을 계산해보았을 때, 해당 발행액을 컨트롤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서비스로써 만들려고 하니, 내부 인력 구조상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1, 기존 계좌를 등록'과 '2. 신규 계좌를 개설 후 등록' 중에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사용자들에게 물어보았다. 우리가 정답이 아니니깐. 그때에도 비슷한 비율의 선택 결과가 나왔으며, 우리는 우리의 수익이 될 수 있는 모델인 '2. 신규 계좌를 개설 후 등록'을 선택해서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금융권과의 제휴"가 필요했다. 아직 서비스도 출시되지 않은 우리가 금융권과 제휴를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금융권이기에, 우리에게 무엇을 믿고 맡길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전략을 세우게 되었다.



지방 거점 금융권부터 시작하자



AC 지원사업을 받기 위한 나만의 방정식과 같았다. 출시된 서비스가 없는 우리는 여러 대회에서 수상을 하면서, 우리 서비스를 선발해야 하는 당위성을 만들어주고, 그 당위성으로 심사위원들이 우리를 뽑게끔 만드는 구조였다.


지방 거점 금융권은 현재 주요 금융권과 비교하여, 인력 부족을 겪고 있고, 특히 디지털로의 전환에 대해서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매개체가 우리가 될 수 있음을 어필하는 제휴 제안서를 만들었다. 이때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이점, 고객이 가져갈 수 있는 이점, 금융권이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을 계량화하여 제공하면서 현실적으로 누가 봐도 가능할 법한 내용을 제공했다.





이 전략은 단번에 들어맞게 된다. 우리는 바로 지방 은행과 제휴를 맺고 시작하게 되었으며, 이후 이를 계기로 주요 금융권들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제휴까지 이룰 수 있게 된다.


또한 제휴를 위해 진출할 수 있는 방법론은 3가지 루트였다. "1. 대회/지원사업에 진출하여 업계 관계자와 컨택", "2. 금융권 행사에 참여하여 업계 관계자와 컨택", "3. 각 금융권 관계자의 이메일을 리서치해서 콜드 메일을 전달"하는 방법이었다.


우리 팀 내부에 금융권 관계자가 있었다면 더욱 편하게 제휴를 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한 상황이었고, 지금은 각 금융권의 API 포털을 들어가보면 업계 담당자의 이메일이 나와있지만, 당시에는 없었기에 행사에 기재된 이메일을 찾는데 열정을 다했다.(하필 행사의 기재된 이메일은 이미지 파일로 되어 있어서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제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금융권에서 보도된 자료들을 보면서, 각 금융권이 어떤 점을 가장 몰두하고 있고, 그 파트에서 우리의 서비스가 서포트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발견하여, 이를 중심으로 각 금융권마다 제휴 제안서를 작성해서 송부하는 일이었다. 이미 본부 부서에서는 해당 이슈들이 회자가 되고 있을 것이기에 더욱 우리에게 관심을 갖게끔 만들고, 그만큼 해당 기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열정을 보여주고자 했다.(이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의 버릇이 통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제품 없이도 금융권 제휴를 성사시켰다.
향후에 있을 여러 지원사업들과 제휴를 추가적으로 받는 첫 발판을 마련하였다



너무나 좋게 마무리가 된 시기에,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일이 있었다. 바로 기존 창업 멤버의 이탈이었다.


+) 그리고 우리는 '2. 신규 계좌를 개설 후 등록'으로 선택하여 신나게 개발을 하던 도중, 신규로 나온 법이었던 금융소비자 보호법에서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왔기에, 결과론적으로는 '1. 기존 계좌를 등록'으로 방향을 바꾸어 서비스를 출시하게 된다.




글을 작성한다는 것은 "요청하는 사람"의 입맛에 맞게끔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는 본인만의 논리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작성하는 모든 글은 모두 이 범주에 속하는 것 같다. 글도 하나의 재화이고, 이를 필요로 하는 타겟층이 있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사업 기획서는 임원진 및 평가자의 입맛에 맞아야 하고, 서비스/마케팅 기획서는 사업팀에게 맞아야 하며, 개발을 위한 화면 기획서, 요구사항 명세서 등은 개발자분들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 더 나아가 서비스 안에 있는 UX writing과 마케팅 콘텐츠의 글들은 사용자에게 맞아야 하는 점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제휴 제안서도 이 글을 읽을 제휴처에 입맛에 맞게 작성해보았다.


이 글 또한 지금 감사하게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의 입맛에 맞게끔 작성하도록 노력하고 있기에, 언제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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