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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n Oct 29. 2022

금융사도 뚫어보았는데, 이제는 금융 공공기관을 뚫어보자

서비스를 만들면서 가장 성취감이 높았던 순간

앞서 돈이 모이는 곳을 만들기 위해 "금융권과의 제휴"를 겨우 성공했으나,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1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돈이 모이는 곳(계좌)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여는 "이체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러한 이체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도 3가지 방법론이 존재했다. "1. PG", "2. 오픈뱅킹", "3. 오픈뱅킹 승인을 받은 기존에 갖고 있는 기업의 3rd-party"였다.

PG : 전자지급결제대행서비스로, 우리가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했을 때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우리는 고객의 돈을 우리 기업으로 가져오면 되었기에, 해당 기능도 고려하였다.

오픈뱅킹 : 은행의 시스템을 일반 기업들도 승인을 받아 일부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출금 및 입금에 대해서 사용을 할 수도 있다.

3rd-party : 외부에서 개발한 시스템을 우리에게 적용



3가지 선택지 중에 우리가 선택한 방법론은 "2. 오픈뱅킹"이었다. 이를 선택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번 PG 방법론의 경우, 우리 기업으로 돈을 가져와서 관리해야 하는데, 관리 리스크가 있었고, 유사 수신 행위에 대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3번 오픈뱅킹 승인을 받은 기존에 갖고 있는 기업의 3rd-party의 경우, 오픈뱅킹 수수료보다 2배 이상 비싸게 요구했다.


우리는 사업적 측면에서 비용과 향후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고, 오픈뱅킹의 경우 보안 심사를 따로 받아야 하는데, 이를 검증받는다면 우리는 금융 서비스로써 보안 분야는 인정을 받았다고 인증할 수 있기에 "오픈뱅킹을 직접 승인받자!"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나 오픈뱅킹을 선택한 데에도 우려사항이 있었다. 오픈뱅킹은 금융결제원이라는 금융위원회 산하의 사단법인에서 운영한다. (금융결제원은 공공기관이 아닌 사단법인이다) 그렇기에 오픈뱅킹을 우리와 같이 작은 기업에서 사업, 서비스 요건들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았고, 보안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보기에 보안 요건을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그렇지만, 이때 나의 열정이 또 빛을 보았다. "이게 왜 안 되겠어?"라는 생각이 또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리고 오픈뱅킹 프로젝트를 리딩 하면서, 종종 후회를 하기도 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번에 작성하는 글, 즉 오픈뱅킹을 위한 기획서들도 이를 운영하는 금융결제원에 맞춰서 작성했다. "사업 기획서"는 최대한 안정적인 사업임을 보여주기 위해 어필하였고, "서비스 기능을 테스트"하는 서류 또한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작성드리면서, 쉽게 테스트를 하여 우리 서비스의 문제점이 없음을 보여드리려 노력했으며, "보안 관련 서류"의 경우에도 요인들을 다 설명하면서 서류를 작성했다.


덕분에 우리는 사업 검토 - 서비스 기능 테스트까지는 한 번의 거절 없이 통과를 했다. 그렇지만 금융보안원에서 대행하고 있는 "보안 테스트"의 경우에는 1번의 거절이 있었다. 앞서 금융보안원 담당자님도 한 번에 통과한 기업은 없다고 말씀하셔서, 주요 금융권도 못했는데 한 번에 통과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1번의 거절이 아쉽기는 했지만, 우리가 계획한 일정에는 맞출 수 있기에 감사하게 생각했다.)



보안 전문가들도 없는 우리가 금융권 시스템을 직접 도입하다니. 창업을 한 이후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보안 관련 서류를 작성할 때에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으로 정말 답답했었고, 기존에 승인을 받은 기업들은 대부분이 금융권이었기에, 기존에 보안 환경이 없는 스타트업들의 참고할만한 자료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렇기에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후회를 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이는 팀원들이 정말 잘 서포트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을 정도로 창업을 한 이후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 이외로도 오픈뱅킹을 통과하는 데에도 보안 점검 시,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는 국가에서 서포트를 해주고 있기에, 해당 내용을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정말 작은 규모에서 오픈뱅킹이라는 시스템을 뚫어낸다.
이는 첫 투자를 성사시키는데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 도입이 정리될 때쯤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팀원의 이탈과 유입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과거에는 이렇게 힘들고, 어렵고, 후회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도전 정신으로 뚫어낸 것이 나에게 큰 강점으로 적용이 되고, 진입장벽이 높은 핀테크 계열에서 향후 어떤 업무를 보더라도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더 공격적으로 진행해보았을 법도 하다. 가장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었던 방법론인 "3. 오픈뱅킹 승인을 받은 기업의 3rd-party"에서 제공하는 API로 만들어서 빠르게 테스트하고 이후 시장성이 있을 때 방법론을 바꿨을 것 같은데, 

계속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20대의 창업 초보였고, 누구도 PMF나 MVP를 위해 그 방법을 택하라고 추천하는 이가 없었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이 방법을 추천할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 케이스가 더 있었다. 언급한 2가지, 금융권 계좌 개설 및 오픈뱅킹 시스템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니,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지금 한창 많이 나오고 있는 자녀의 용돈/저축 관리 서비스였다. 미션을 통해서 용돈도 주고 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서비스를 만들자니, 그 당시에는 비대면 미성년자 계좌 개설에서 편의성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었으며, 지점을 꼭 방문해야만 가능했다.


또한 선불전자지급수단인 포인트로 진행을 해보려 했으나, 포인트도 가입하려고 하면 NICE 등을 통해 인증을 받았어야 했다. 이렇게 금융 서비스를 만드는 게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 서비스의 사업성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규제샌드박스(1년의 제한된 기간 동안 법률에 대해 제한적으로 풀어주고, 이후에 규제를 완화할지를 보는 테스트)를 진행해볼까도 했지만, 프로젝트 단위가 꽤 되었고,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해당 프로젝트는 멈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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