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학년 교외 오티의 첫날

나의 학교생활도 이랬을까 - 1학년 교외 오티의 첫날

by Ain

교외 오티, 일주일도 안된 일이라 머릿속에는 아직도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 날은 시작부터 기억이 난다.


서울의 동쪽에 있던 우리 학교는 경기도 서쪽에 있는 우리 집에서 2시간은 잡고 출발해야 하는 거리였다. 아침부터 모여 출발하는 교외 오티였기에,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출발해야만 했다. 출근길과 겹친 나의 등굣길은 몹시 고통스러웠고, 이 고통은 수강신청의 성공으로 피하자는 생각만 갖게 했다.


2시간에 걸려 9시 10분 전,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 입구에서는 교내 오티 때도 잠깐 본 선배님들이 우리 학과 과잠을 입고 우리 학과의 깃발을 힘차게 흔들고 계셨다. 교내 오티 이후 두 번째 만나는 선배들, 그 날 저녁의 술자리에서는 친했던 선후배였지만, 앞의 동기들과의 관계처럼 조금은 어색했다.


선배들과 인사를 마치고, 우리 학과의 자리에 착석하며, 그나마 얼굴이 익은 동기들과 인사했다. 마치 새 학년이 되어 새로운 친구들과 앉게 된 학창 시절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동기들 사이에서 나는 소리는 정적. 들리는 소리는 우리 학과의 이름을 열심히 외치는 선배들의 외침뿐이었다.


선배들의 외침이 닿았기 때문일까, 금세 참석 가능한 인원은 모두 모이게 되었고, 우리는 버스에 탑승하여 목적지로 출발했다. 버스 안에서 자리는 자율적으로 앉게 했기에, 서로 그나마 안면 있는 친구들끼리 앉기 시작했다. 나 또한 누구와 앉을까 고민하다가, 나 역시도 교내 오티 때 술자리에서 만나 그나마 안면 있는 동기와 앉았다.


옆자리 동기와 몇 마디 나누다가 할 말의 소재가 점점 떨어질 때쯤, 이런 어색함을 알고 있는 선배들은 우리를 위해 버스에서부터 아이스브레이킹을 준비해오셨다. (달리는 버스에서 위험할 수도 있는 행동이었지만, 모두가 집중하기에는 이만한 시간이 없었고, 또한 안전함을 기여하며 행사를 시작했다.)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선배들은 FM을 시작했다. (여기서 FM이란, 간단하게 말하면 자기소개이다. 그 기원이나 무엇의 약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언제나 학과의 특색을 살려 자기소개할 때마다 FM이라고 불렀다.) 선배들은 과대 선배(학과의 학년 대표를 줄여서 '과대'라고 칭한다)를 시작으로 FM을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 "FM 발사"라는 말이 들려온다. 이게 단상의 오른 당사자를 위한 시작 멘트이다. 그럼 단상 위의 당사자는 이제 아래와 같이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 (어이) - 00 대학교 - (어이) - 전진 00대 - (어이) - 00 학과 - (어이) - 00학번 - (어이) - 성 - (어이) - 이 - (어이) - 름 - 인사드립니다." 이렇게 마무리되어도 끝은 아니다. 바로 장기자랑이 시작된다. 물론 강요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위기에 휩쓸리면 자기도 모르게 장기자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게 선창한 선배는 장기자랑까지 마치고, 다음 후배를 선택했고, 그 후배의 자리에 착석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계속 선택하여, 돌고 돌다 보면 자리는 자연스럽게 섞여있고, 말을 못 섞었던 동기 및 선배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또한 FM을 통해 친구들의 이름을 알 수 있었고, 기억할 수 있었다.


(나는 서로가 서로를 알기 위한 첫째는 안면을 익히는 것이고, 둘째는 이름을 아는 것이라 생각한다. 야, 저기, 라는 호칭보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다른 사람과의 거리는 더욱 쉽게 가까워지는 것을 많이 느꼈다.)


몇 번의 차례가 계속 돌아갔고, 매 순간 긴장하고 있던 나에게도, 드디어 차례가 돌아왔다. 선배들의 FM을 보아온 결과, 괴성을 지르는 게 정답인 것 같았다. 부끄러움이 많은 애들은 작은 목소리로 할 때 선배들 혹은 동기들이 (어이)를 안 외쳐주며,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에 괴성이 답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애초에 부끄러움이 없기에 괴성으로 FM과 장기자랑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고, 선배들 중에 가장 재미있던 누나의 옆자리로 가기 위해, 그 자리에 앉아있던 동기를 찍었다. 1학년의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욕구가 컸던 것 같다. 그렇게 그 자리에 앉아 선배와 이야기하며 많은 조언과 재미를 얻을 수 있었고, 2시간이나 걸렸을 법한 거리를 금방 버텨낼 수 있었다.


그렇게 교외 오티의 결전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한 후, 우리는 조를 부여받게 되었고, 우리는 삼삼오오 조별로 배정받은 방으로 모이게 되었다. 같은 조이지만 역시 어색한 정적의 연속. 친해질 수도, 안 친해질 수도 있는 동기들이지만, 그래도 빨리 친해져서 이 어색한 정적 좀 그만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교외 오티, 낮에는 안전 교육을 받으며 수학여행의 느낌을 받았다.(다소 다른 것이 있다면, 그리운 교관님들이 없고, 학생들이 진행요원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오티를 마친 후, 우리의 체력과 함께 해가 다 떨어질 때쯤, 허기짐을 느꼈고,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들 식당으로 내려가 학과 별로 식사를 하기 시작하는데, 앞에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고 해도 저녁 식사 자리는 아직 어색함의 연속이었다. 시작한 우리의 식사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려 여러 노력을 했지만,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고, 어색함으로 하마터면 체할뻔했다. 빨리 술이라도 마시며, 어색함을 줄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식사를 하고 올라오니 밖이 분주하다. 밖을 둘러보니 학생회 선배들이 이제 술을 마시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 사이에 우리 조는 방에서 조별 장기자랑을 준비해야 했다. 왜 해야 하냐는 생각을 갖는 동기도 있었고, 부끄러워하는 동기들도 있었다. 이걸 통해서 조금은 친해지고, 동기 및 선배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되니, 그러려니 하며 모두가 거리낌 없이 참여하게 되었다.


장기자랑 준비를 하고 있던 중, 우리 학과 인원들은 소강당으로 모이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안주를 준비하던 학생회 선배들을 제외하고, 우리 학과 인원들은 소강당에 모이게 되었다. 먼저 소강당에 도착한 후, 들어오는 다른 조의 표정을 보아하니 장기자랑에 대한 부끄러움이 눈에 보였다. 그래도 저녁식사 때보다는 조끼리 친해진 것 같아 보였고, 우리 조 또한 같았다.


장기 자랑에 앞서, 각자 자기 조를 응원하며, 요플레 떠먹여 주기, 초성 퀴즈, 등 여러 가지 게임을 진행했다. 짜 놓은 대본인 것처럼, 결국에는 장기자랑으로 승패가 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각 조 별대로 나와, 자신들의 끼를 뽐내며 장기자랑을 시작했고, 아쉽게도 우리는 우승팀의 영광을 얻을 수는 없었다. 다른 조였던 우승팀에게는 양주가 선사되었다. (대학생이니까, 성인이니까, 선물로 술이 메인이 될 수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장기자랑 때 응원의 함성과 게임을 하며 흥겨웠던 분위기를 그대로 흘러 들여보내기 위해, 우리는 바로 방으로 향했고, 방의 거실 바닥에는 술을 마실 준비가 마쳐져 있었다. 우리는 거실에 있던 개인 짐을 각자 방 안의 있는 여자 방, 남자 방에 두고, 거실에 원으로 둘러앉았다. 게임과 응원을 하며, 동질감이 생겼고 친해진 우리였지만, 다시 한번 자기소개를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었다. 그러던 순간, 저 멀리서 굉장한 소음이 들려온다.


그 한 차례의 소음은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포성과 같았다. 여러 방에서 아까와 같은 소음이 다방면에서 들려왔고, 우리 방도 그 전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나는 여기서 왜 우리가 산골짜기에 있는 이 리조트까지 멀리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소음은 주위 주민들에게 잠을 못 이루게 할 정도의 민폐였다. 그리고 하필 다른 리조트 건물과 떨어져 있는 이 건물을 선택한 이유까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깨닫는 도중에 집중하지 못한 나는 술 게임에서 지고 말았다.(그렇다, 그 무수했던 소음은 술 게임의 인트로 때문이었다.) 술 게임에서 지게 된 나는 술을 마시라는 구호와 함께 벌칙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벌칙주를 마시게 되면, 나도 모르게 게임에 더욱 전투적으로 참여하는 열의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열의들이 합쳐져, 다른 방까지 그 불이 튀기 시작하고, 학과는 술 게임에 대한 열의로 하나의 캠프파이어처럼 불타오른다.


그 불은 몇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었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의 사망자(술에 취해, 혹은 잠에 취해 쓰러지는 이들)가 발생하면서 누그러진다. 그리고, 방마다 꺼져가는 불씨는 다른 방에 모여 다시 한번 불을 지피고, 결국에는 하나의 방에서 불씨가 아침까지 타오르게 된다.


첫날의 마지막 불씨까지 생존하며, 동기들의 재미있는 모습과 힘들어하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었고, 마지막까지 남은 동기들, 선배들과는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고생했던 나의 몸은 다음 날 큰 나비효과로 다가왔으며, 이러한 결과를 초래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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