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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가체프 Oct 25. 2024

최근에 들은 가장 황당한 이야기

우리도 한승원, 한강 부녀처럼 될 수 있을까?


"엄마, 엄마! 선생님이 내가 국어 읽기도 잘하고,

반에서 일기도 제일 잘 쓴다고 훌륭한 작가가 되겠대."


"어머, 그래?"


"엄마, 내가 그렇게 잘해? ㅇㅇ이 보다 글씨도 못 쓰고,

ㅁㅁ보다 발표도 많이 안 하는데.

그리고 내 꿈은 유튜버잖아. 엄마도 알지?

작은 목소리로 '네' 대답하긴 했는데

나 너무 당황스러웠어. 작가라고?"



책가방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아이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기 꼬박 썼고,

책 읽을 때 네가 여러 목소리 내면서 재미있게 읽긴 하잖아.

선생님은 그냥 칭찬해 주는 거고,

꼭 작가가 돼야 하는 건 아니야.

그래도 계속 글 잘 쓰면 좋지.

유튜버 하려고 해도 대본이 있어야 하잖아."


"아, 그렇지.

나는 만화책도 좋아하니까 만화책 만들어도 되고."



9살 아이가 안도하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는지 모른다.

그리고 사실 나도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얘가 제일 잘 쓴다고? 이 반에 그렇게 인물이 없나...'

이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일기의 종류는 다양하다지만 좀 더 일기답게,

하루에 있었던 일 중에서 하나만 뽑아서

자세히 좀 적어보라고 해도 아이는 요즘 마음대로 쓴다.

1학년 때는 그림도 한 페이지씩 그리고,

내용도 더 길게 썼는데

어째 2학년 되고 나니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

엄마 치부나 일기에 쓰고 말이다!

(우주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은 이렇게 남겨놓아 좋긴 하다.)







아이가 나보다 더 잘 살 거라는 생각은 늘 하지만

글로 나를 뛰어넘을 거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한승원 작가님은 애초에 딸인 한강 작가가

자신을 능가할 거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우리도 한승원, 한강 부녀처럼 될 수 있을까?




키에 비해 발이 큰 아이와 나는 이제 발 사이즈가 같아졌다.


발 사이즈도, 키도, 글쓰기 실력도

사실 참 뛰어넘기 쉬운 엄마인 걸...

박완서 작가님이 등단하신 그 희망의 마흔도

엄마는 이제 지나버린 걸...


네가 유튜버가 되든, 작가가 되든,

그 무엇이 되든, 어떤 일을 하든

엄마는 그저 이렇게 너와 함께 하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너의 말을 기록할게.


엄마의 보잘것없는 기준으로

너의 가능성을 함부로 재단하지도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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