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마당 가운데에
긴 통나무 세워 친 차일 아래,
짚을 깔아 멍석을 편다.
손 빠르고 솜씨 좋은 마을 아낙들은
며칠 전부터 음식을 장만하고
남자들은 돼지 잡고
꼬마들은 음식 냄새를 맡으며 주변에서 뛰논다
마을 집집마다에서 가져온
뒷면에 분필로 자식 이름 쓴 대형 접이식 밥상,
육십 갑자
다시 돌아와 출발하는 날에
다리 접고 손님 기다린다.
가져 올 거 없는 이웃들,
짚으로 나란히 엮은
씨암탉이 낳은 계란 열개들이 한 줄 들고
회갑을 축하하러 와 차일 아래 앉으면
집안 남자들 잔치상 들고 온다
평생 잔치를 해보지 못한 사람들,
병 치레로 일 년 앞당겨 하는 큰아버지 회갑 잔치에서
모두 하루를 취한다.
이동할 때마다 더 싱거워지는 주막 막걸리,
오늘은 물 타지 않은 모리미로
남자들은 제 몸이 돌고 지구가 돈다.
회갑까지 살지 못해서
아니, 잔치 여유가 없어서
기억조차 없는 잔치,
오늘은 차일 아래
부산함이 웅성웅성이는 마을 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