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내가 본 여행의 고수들
고수는 묻지 않는다.
앉으면 먹고, 서면 걷는다.
하는 말이라야 잊을 소리다.
남들 이야기엔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니면 먼 산을 바라본다.
여행의 고수에게는
공항의 기다란 입출국 행렬도
배터리로 짐을 풀어 헤치는 일도 여행이다.
날씨도 교통도 음식도 숙소도 일행조차도
그 누구 탓이라 하지 않는다.
바보처럼 묵묵히 여행지를 걷고,
그 여행지에 물들도록 푹 빠질 뿐이다.
물든 삶을 빨려 하지도 않는다.
더 고수는 이것저것 묻고
생각에 생각을 덮어 포장지를 덧댄다.
음식이 짜거나 싱겁다고 남보다 먼저 평하며 옆 사람의 입맛을 선도한다.
그들에겐 개화 문명으로 인도하지 못하는 선도자로서 안타까움이 서성인다.
그에게 여행지 사람들은 연민의 대상이다.
더더 고수는
공항에서 수하물을 찾기 위해
빨간 선 안쪽으로 들어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다음 사람들조차 더 앞으로 인도한다.
사람들 앞으로 나서서 사진을 찍고 그 자리에서 사진을 확인하는 철저함이 있다.
다시 못 올 여행지, 다시 설 자리가 아님을 알기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들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의 자기 이해와 해석은 현지인을 놀라게 하는 뛰어남이 있다.
더더 고수는
자기만의 찬란한 과거로 여행자들에게 빛을 뿌린다.
그러나 스스로에게만 빛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