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찰 퇴직자의 세계 배낭여행
길을 나서는 순간,
여행은 시작된다.
몇십 년 만의 폭설 속
느릿느릿 공항을 향하는 버스도,
연착된 12시 20분 비행기 앞,
기다림마저 여행이다.
제빙을 반복하는 기체 아래
7시간 반을 앉아 있는 몸,
좁은 좌석도 여행이다.
떠났기에, 늦음은 늦음이 아니다.
여행은 늘 지금, 여기에 있다.
홍콩의 깊은 밤,
맥주 한 잔으로 나를 적시는 세 시간,
싱가포르 환승 대기 다섯 시간,
기다림은 살갗에 스며드는 여행이다.
입국 심사대에서 손끝 땀을 말리고
숨소리조차 낮추는 순간, 그 또한 여행이다.
출국장을 나서며 마주한 낯선 공기 한 모금,
여행은 기다림 후의 대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