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인삼 깎기

by 초이르바

내 고장 칠월이면

인삼을 대나무 칼로 하얗게 깎는다

아침이 이른 여름 새벽부터

마을 아낙들은 인삼 캔 집집마다에서

칠월 땡볕아 빨리 말리라고

이른 새벽부터 점심 때까지

인삼 잔뿌리를 자르며

굵은 몸체 껍질만 슥슥 벗긴다

산에서 풀을 베어

일년 동안 논밭에 넣고 갈아

사년 동안 풀 한 포기 접근하지 못하게 하더니

캐기 한 열흘 전부터는

텐트도 없이

후래쉬만으로

어둠 속 모기를 쫓아내며

도둑을 감시하던 아버지,

오늘은 한여름 더위에도 땀방울조차 맑다

비가 내리면

방안에 넣고 연탄불을 피우며

선풍기를 돌리던 날들,

지나가는 엿장수에

몇 뿌리 자기 집 인삼 훔쳐서 엿사먹던 동네 아이들,

인삼 캔 밭에서

곡괭이로 이삭 줍던 여름날,

토종닭에 인삼 넣은 계삼탕 아닌 삼계탕,

내 학비를 대주던 인삼.

사람 닮아 걸어오던 인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9화1-28. 칠석날 천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