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같았던 순간

스페인의 한 작은 티 샾 앞에서 멈추다.

by 쑤킴

인생은 여러 개 문을 통과하는 과정을 거친다. 문 한 개를 열 때마다 선물이 있기도 하고 시련과 고통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시련과 고통에서 이기면 무기(능력)을 얻기도 한다.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면 우리는 문을 골라서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신은 그렇게 우리를 편하게 두지 않는다. 왜냐면 시험에 통과하는 인간에게만 선물을 주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공평하지만 그 시간을 사용하는 데에는 공평하지 않다. 선택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이다.



쓸만한 무기는 몇 개 안되다.



그동안 수많은 문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시련과 고통 속에서 얻은 선물과 무기들을 싣고 다른 문을 들어갈 때가 되었다. 처음으로 직장 생활이라는 것을 제대로 한 곳이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고 빌딩 안으로 들어가 모닝커피 한잔 마신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면 오전 회의도 한다. 팀이 생기고 매일 해야 할 업무가 생긴 것이다. 꿈에 그리던 커리 우먼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멋지게 출근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월급 밀리지 않고 잘 줄 것 같은 회사 말이다! 이제 번듯한 직장이 생긴 것이다. 이전에 내가 지나온 문들을 통해서 얻은 선물과 무기(재능)들이 한 자리에 풀어놓을 수 있었다. 펼쳐 놓고 보니 영어는 이제 조금 하는 수준이고 컴퓨터 활용 능력은 실무에서는 하나도 쓸모가 없었다. 미래에 파트너가 될 외국 기업에 전화해서 영업을 해야 했다. 영어로 말이다. 텔레마케터일 때 영업 실력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그동안 축적해 놓은 무기들이 실제로는 한참 모자란 수준이었다. 한때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뛰어난 연기 실력은 없었어도 못해도 잘하는 척! 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몇 개 안 되는 무기를 가지고 해외 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운이 다가오는 소리


사업을 하면서 주변에 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면 열심히 사는 것은 기본이다. 그들이 하는 말에 공통적인 말이 있다. '운이 따라줘야 한다.' 그렇다. 가진 것이 없다면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리고 운이 다가오는 소리에도 함께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운이 오는 소리를 어떻게 듣냐고?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리는가. 그렇다 해도 괜찮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삶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1도라도 든다면 언젠가 이해할 것이다. 왜냐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있다. 그 의지가 좋은 선택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뇌 과학 관련 도서나 심리학 도서를 보면 우리 인간의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내면의 소리는 결국 뇌의 신호이기도 한 것이다.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면 좋은 신호를 보내올 것이다.



주파수를 보내라.


라디오 주파수처럼 계속 신호를 보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행복할까. 나는 30대에 1억을 벌고 싶어. 배우의 꿈을 접은 이후 스스로 질문을 많이 했다. 답이 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질문했다. 잊을만하면 다시 떠올리고 질문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주파수를 보내는 것뿐이었다. 내가 섬에 있는 건지, 아니면 마을에서 1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오두막에서 혼자 고립되었다고 생각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먹고 자고 먹고 자면서 구조 요청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먹고는 살만하지만 내 삶의 방향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감이라는 무기를 얻다.


신입 때 해외 출장 기회를 얻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 대기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해외 출장 기회를 빨리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내가 가진 무기들이 그나마 쓸만했었기 때문이다. 배우의 꿈, 텔레마케터 직장 생활, 통번역사의 꿈이 해외 전시회에서 딱이니 말이다. 외국인이 와도 떨지 않고 웃으면서 제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완벽한 영어는 아니었지만 나름 외국인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었나 보다. 전시회에서 상담한 몇몇 거래처와 실제 거래하게 되었고 수출 실적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이제껏 모아둔 선물과 무기들이 제대로 사용되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내가 지금까지 지나 온 모든 일들이 다 쓸모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여러 번의 해외 출장 기회를 얻으면서 자신감도 얻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직장 생활에서 내가 얻은 무기는 <자신감>이었다.



꿈같았던 그 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하였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출장 길이였다. 업체 미팅을 끝내고 시내에 잠시 머무르던 중이었다.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나를 당기는 것 같았다. 내 눈으로 처음 본 것은 유리 티포트와 플라스틱 컵이었다. 따뜻하게 우려진 티 포트가 한 가게 앞에 있었다. 맛 테스팅용으로 둔 것이었다. 마셔도 되나 싶어서 주변을 기웃거리며 보았다. 직원이 마셔도 된다고 해서 한잔 마셨다.


세상에.

이런 향과 맛이 있어?

차에 이런 맛이 난다고?


그렇게 눈과 머리가 열렸다.

그곳에 다다른 것은 내 운명이지 않았을까. 매장 안에 들어서는 순간 자체가 신기했다. 온통 나무 인테리어로 되어 있어서 마치 옛 유럽을 온 느낌이었다. 나무 기둥 옆에 한 주황색 바지를 입고 카우보이 모자를 쓴 아저씨가 미니 티 케이스가 들어 있는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그 아저씨가 왜 그렇게 앉아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판매 행위를 하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게 앉아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매장 안을 둘러보고 테스팅한 가향 홍차와 몇 개의 차를 구입하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내가 구매를 하고 있을 때쯤 주황색 바지를 입은 아저씨는 조용히 매장 밖을 나갔었던 것 같다. 이 순간이 나에게는 신비한 문을 통과해 들어온 곳이었다.


신비로운 문을 열었고 나는 그곳에서 선물을 받았다.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여행 티켓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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