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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사랑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by 멜로디

Back in the day

한 사람 당 하나의 사랑이 있었대

내일이면 인류가 잃어버릴

멸종위기사랑



최근 잘 듣고 있는 이찬혁의 멸종위기사랑의 노랫말과 너무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

정은혜 작가와 그녀의 남편 조영남씨다.

며칠 전, 채널을 돌리다가 동상이몽에 나오는 두 분의 모습을 보고 머리를 띵-하고 맞은 듯 했다.


처음에는 '그렇지. 이렇게 발달장애인 분들도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미디어로 노출시켜야 더 큰 대한민국이 되지!' 라는 단순한(어떻게 보면 오만한?)생각으로 시청했다.

그런데, 이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올라왔다.


솔직한 말로

발달장애인 두 명이 부부가 되어 더 이상 시설이나 부모의 돌봄 없이 자립하여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나중에 자녀를 출산하게 되면..?'과 같은 걱정스러운 생각도 이어졌다.

그리고 못된 생각일 수도 일지만,

처음 이들의 결혼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두 분 모두 발달장애를 갖고 계시기 때문에 서로를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이 두 분 그리고 함께하는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행복이란 게 뭘까.

사랑이란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물음표가 계속 나를 따라왔다.


영남씨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발달장애인이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어머니와 영남씨는 고립된 채 지내게 되었고

다행히 누군가의 도움으로 시설에 들어가게 되었다.

영남씨는 시설에서 스스로 집안일을 하는 법과 자신을 챙기는 법들을 배울 수 있었지만,

타인과 소통하고 어울리는 일은 경험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늘 대답만 해왔어서 대화가 어렵다고..


그래서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말로, 행동으로 잘 표현하는 은혜씨 입장에서는 너무 답답한거다.

말을 걸어도, 장난을 쳐도, 애교를 부려도 영남씨의 반응은 무언가 뜨뜻미지근하다. (ㅋㅋ)

이 이야기에 은혜씨의 어머니도 걱정을 하셨고

그 걱정을 알게 된 영남씨가 어느날 장모님에게 음성 메세지를 보내왔다.


본인이 타인과 소통을 해본 경험이 없어 서툴다고.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장모님 딸에게 잘하겠다고.

이에 은혜씨도 얼마든지 기다려줄게, 오빠. 라고 하더라.



그동안 나는 일도, 사랑도

나와 잘 맞고 내가 만족할 만한 걸 찾기 위해

내가 부단히도 노력하고 애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능력이,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아니면 환경 탓도 해봤다. 괜찮은 직장이, 괜찮은 사람이 너무 없어! 라며.

그런데 나에게 정말 부족했던 건

정말 필요했던 건

아마 사랑이었나보다.

내 일을, 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그게 나에게 필요한, 어쩌면 나에게 부족한 유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은혜씨와 영남씨의 수많은 이야기 중 아주 일부만을 본 것일 뿐인데,

그들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도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슬픔과 아픔을 지나왔을까?

그럼에도 가족들은 '너희로 인해서 행복하다' '은혜, 영남, 이 세상에 잘 태어났다'고 말한다.


꼭 남들보다 잘나야, 겉보기에 그럴싸해야 삶을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장애가 있거나 아픔이 있거나 힘들게 살아온 삶은 가치가 없는 삶일까?


이들을 보면서 배운 건

서로를 사랑함으로 서로를 가치있게 만들어준다는 것.


장애가 있든 없든

돈이 있든 없든

외모가 어떠하든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아니 그런 내가 되길.

그리고 그런 사랑이 결코 멸종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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