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링 효과를 벗어나 제로 베이스에서 생각하기
투자자가 유심히 경계해야 할 인지 편향 중 하나는 바로 앵커링 효과예요.
앵커링 효과란, 사람들이 가장 처음 접한 정보, '앵커⚓️'를 기준점으로 삼아, 이후의 모든 판단을 그 기준점 근처에서 내리게 되는 현상을 의미해요.
앵커링 효과는 왜, 어떻게 발생할까요?
자신이 생성한 앵커와 외부에서 제공된 앵커로 갈려요.
앵커 설정
인간의 뇌는 판단을 내려야 할 때, 가장 먼저 이용 가능한 숫자나 정보를 기준점, 앵커로 삼아요.
심지어 이 앵커는 본질과 전혀 관련 없는 임의의 숫자일 수도 있어요.
불충분한 조정 / 확증편향
스스로 생성한 앵커라면, 그 앵커에서부터 생각을 '조정'하기 시작해요.
하지만 이 조정은 보통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요.
이 조정 과정은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므로, 충분히 조정하지 못하고 첫 번째 앵커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한 답을 내놓게 돼요.
외부에서 제공된 앵커라면, 앵커가 일종의 점화 역할을 해요.
앵커와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자동적, 무의식적 과정이 일어나죠.
물론 외부 앵커도 불충분한 조정을 유발하고, 내부 앵커도 확증편향을 점화시키기도 해요.
결과
결국 앵커에서 조금 벗어나는, '그럴듯해 보이는' 범위 내에서 답을 찾게 되거나, 앵커와 일치하는 정보만 기억에 남게 돼요. 그 상태에서 내린 최종 판단은 처음의 앵커에 의해 오염된 상태죠.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한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할 때, 앵커가 될 수 있는 숫자는 대표적으로 이런 게 있어요.
자신의 평균단가: 가장 강력하고 흔한 앵커.
과거 최고가: "이 주식이 OOO달러를 뚫을 수 있을까?"라는 의심.
과거 최저가: "너무 많이 올랐어. 예전에 OOO원이었는데..."
증권사 목표주가: 특정 리포트의 목표주가나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특정 숫자: 10만전자, 코스피 5000 등.
여기서 가장 치명적인 앵커는 평균단가죠.
다른 편향과 쉽게 엮일 수도 있어서, 합리적인 사고를 마비시킬 수도 있어요.
원래 주가가 8만 원이던 A 기업이 경제의 불확실성, 경쟁력 약화로 인해 6만 원으로 추락했다고 가정해 보죠.
하락 이전 52주 최저가는 7만 원이고, 애널리스트 컨센서스는 8만 5천 원이고요.
그리고 투자자 B는 평균단가 7만 5000원에 물려있네요. 이 주식이 9만 원에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B는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정보를 수집했어요.
여기서 정보는 매크로, 펀더멘털, 차트... 어떤 거든 상관없어요.
만약 B가 인지 편향을 겪지 않는 상태였다면, A사의 주가는 5만 원까지 하락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어요.
실제 상황에선 얼마까지 하락할지는, 아무리 정보가 많아도 확률의 영역이지만... 가정이니까 양해 부탁드릴게요.
그런데 B는 주식을 팔 수 있을까요?
주가가 더 떨어질 건데 왜 못 파냐고요? 네. 많이들 그런데... 못 팔아요.
B는 충분한 정보를 접했고, 자신의 평단인 7만 5천 원에서 향후 예상 주가를 조정하기 시작했어요.
얼마까지 내릴 수 있을까요? 처음 자신이 목표했던 9만 원에서 내리기 시작해서, 8만 5천 원에 시선을 뺏기고, 7만 5천 원이란 숫자에 발이 걸리고, 과거 최저가인 7만 원에 묶이고 말죠.
실제로 기업 가치가 하락했고, 시장에 불확실성이 증가했으니까, 과거 자신의 목표가나 평균단가는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해요.
과거 최저가도 큰 의미를 가지지 않죠.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조차 급변하는 상황 속에선 후행하는 경향이 있고요.
하지만 B는 과거에서 등을 돌릴 수 없어요.
결국 지금 주가가 저평가란 판단을 내리고 말죠.
B는 결국 "본전까진 올 거야. 본전에 나가자."란 생각을 하게 돼요.
이렇게 B의 향후 예상 주가가 7만 5천 원이란 불충분한 조정을 겪게 된 데에는, 다른 인지 편향 역시 개입해요.
제가 이전에 언급한 소유효과, 많이들 알고 계시는 손실 회피 편향과 확증 편향이 대표적이죠.
소유효과: https://brunch.co.kr/@starandcompass/2
이런 참사를 만드는 앵커링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편향을 인식하기: 지금 내가 앵커링 효과에 빠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내가 이거에 영향을 받고 있나?"라고 스스로 질문해야 해요.
제로 베이스에서 생각하기: 제시된 앵커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백지상태에서 스스로 가치를 평가해봐야 해요.
비보유자의 시점에서 질문하기: "만약 내가 지금 현금을 가지고 있다면, 이 가격에 이 주식을 새로 살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게 좋아요. 아니라면 매도해야겠죠? 이건 소유효과를 극복하는 방법과 같아요.
매수가격 잊기: 내 매수가는 시장과 다른 투자자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숫자임을 인정해야 해요. 중요한 것은 경제 상황, 미래 현금 흐름과 현재 가치, 시장 심리죠. 시장은 한 개인의 평균단가를 고려하지 않아요.
반대 방향에서 생각하기: 카너먼이 제안한 방법이에요. 만약 앵커가 '100'이라면, '100보다 훨씬 낮은 20이 답이라면 그 이유는 뭘까?'라고 억지로 반대 근거를 찾아보는 것이죠. 앵커의 강력한 인력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돼요.
왜 이 방법들이 도움이 될까요?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대니얼 카너먼은 앵커링 효과가 빠르고 자동적인 사고(시스템 1) 때문에 발생한다고 봤어요.
즉, '100'이라는 앵커가 제시되면, 우리의 뇌는 '100'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선택적으로 떠올리기 시작해요.
이 자동적인 과정을 멈추는 방법은 느리고 의식적인 사고(시스템 2)를 의도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죠.
그것의 구체적인 방법이, 아까 말씀드린 전술이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