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가 되지 말고, 교주를 믿지 말자

투자 이야기는 어떻게 쓰고 어떻게 읽어야 할까

by 별과 나침반

유튜브, X에서 투자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 신흥 종교의 교주를 연상케 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자신의 화려한 투자 실적을 자랑하고, 평범한 성과를 낸 사람들을 깎아 내리고, 자신의 말 대로 하면 높은 수익을 맛볼 수 있다고 달콤하게 속삭이죠.


그리고, 믿음을 요구해요.


"제가 짚어드린 XXXX 오른 거 보셨죠?"


"제 승률은 n%고, 수익률은 n%, 올해 n억을 벌었고 n억이 목표입니다. 이렇게 해서 실력을 쌓으면 월 30%~100%의 수익률이 가능합니다. 같이 돈 법시다!"


"제가 올해 한 n개의 예측 중 n개가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추종자를 모아요. 그리고 간증의 시간이 이어지죠.


투자는, 어려워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바른길을 찾는 여정과 같죠.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서 사람의 마음은 약해지기 시작해요. 이럴 땐 유능하고 선한 지도자가 자신을 이끌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죠.


교주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하게 돼요.


여기가 길이라고, 나만 믿으라고, 나는 빛나는 실적과 유능함을 갖췄다고... 사람들은 홀려요.


그를 의심하지 않아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판단력을 흐리기 때문이에요. 그가 약속하는 찬란한 '확실성'이 눈을 가리기 때문이에요.


교주가 주장하는 투자 성과가 진짜인지, 그가 한 예측이 정말로 맞았는지, 애초에 그가 말하는 수익률이 현실적이기나 한지 생각해 볼 여유가 없어요.


그렇다면 추종자들이 교주 덕분에 많은 돈을 벌까요? 그랬으면 제가 이 글을 쓰지도 않았을 거예요.


대부분은 그러지 못하죠.


교주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불법 유료 리딩방, 투자 사기 같은 방법으로 신자들의 고혈을 착취하려고 이러는 걸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그냥 돈을 벌려고 하는 사기꾼 이야기하는 건 너무 뻔하잖아요?


전 금전적 갈취가 목적인 사람이 아니어도, 충분히 교주형 인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교주냐 아니냐는 의도가 기준이 아니에요.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죠.


자신의 의견에 대해 이해가 아니라 믿음을 요구하고, 실패는 숨기고 성공은 드러내는 그 태도가 자신을 교주로 만들어요.


댓글에서 칭송받고 기분이 들떠서, 자신감과 확신이 가득 찬 예언을 내뱉고, 그 예언이 맞으면 내가 맞았다고 계속 자화자찬하고 다니는 것이 바로 교주가 되는 길이에요.


그 과정에서 계정, 채널이 성장하고, 이렇게 하는 게 성장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계속한다면 이미 교주가 된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얻은 명성과 수익이 영원할 리 없어요. 모래 위에 쌓은 성일 뿐이죠.


대중에게 믿음을 요구하면 자신이 쳐놓은 그물에 스스로 갇히게 되죠.


수익률이 꺾이고 예측의 타율이 낮아지면 신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요?


교주와 같은 행동을 하면 필연적으로 의심하고 비판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교주의 탄생과 함께 생기는 이 악연이 과연 가만히 있어 줄까요?


결국 거짓된 명성을 지키기 위해 더 큰 거짓을 만들거나, 신의 자리에서 내려와 조롱을 받으며 퇴물이 되는 걸 받아들이는 선택지만이 남아요.


수익 인증 조작? 더 큰 거짓을 만들어도 오래 갈 순 없어요. 원래 신자였다가 눈을 뜨고 등을 돌린 배교자가 더 지독하답니다. 검증받고 또 검증받다 보면 언젠가 막다른 길에 몰리는 길이 와요. 검증을 거부하면 그대로 거짓말쟁이가 되는 거고요.


예측이 틀리고 또 틀리기 시작하면 이건 주워 담을 수도 없어요. 한 번 안티가 생기면 글을 지워도 의미가 없어요. 누군가 다 스크랩 해두거든요.


애초에 교주가 된 순간부터, 끝까지 가서 사기꾼이 되어 몰락하거나, 도중에 추락하는 결말만이 남아있어요.


그렇다면 투자 이야기를 하면서 교주가 되지 않는 방법은 뭘까요? 어떻게 해야 건강한 논의가 가능할까요?


글에서 독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이해여야 해요. 실패를 감추지 말고, 인정하고 돌아봐야 해요. 확언이 아닌 의견을 제시해야 해요. 예언이 아닌 예측을 해야 해요. 생각은 겸손하게, 말은 정직하게, 타인에겐 친절하게, 방향성과 포지션이 달라도 존중하는 자세를 취해야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 뷰를 '믿지' 않아 주셨으면 해요. 그저 '이해'만 해줬으면 한답니다. 그걸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사람은 언제나 틀리고, 인간은 원래 무의미한 과오를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종이잖아요.


"나는 n%의 승률, n%의 수익률을 가지고 있어. 내 말대로 하면 너도 할 수 있어." 같은 확언은 드리기 어렵고, 드리면 안 돼요.


그런 확언을 품은 글을 쓰지 않으려고 늘 경계하고 있어요. 전 제 예측이 틀리면 틀렸다고 인정한 후, 왜 틀렸는지도 설명해 드리려고 해요.


앞에서 이야기한 기준 외에, 제가 경계하는 잘못된 의견 전달 방법에 대해 쓰며 마칠게요.


귀스타브 르 봉의 저서 군중심리를 인용해서요.


군중을 선동하는 방법은 세 가지


확언: 군중에게 어떤 사상이나 신념을 주입할 때, 이성적인 논증이나 증명 과정 없이 간결하고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것이에요. 복잡한 설명보다는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가 군중을 사로잡는 데 효과적이죠.


반복: 확언한 메시지를 계속해서 되풀이하는 거예요.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군중은 그것을 의심 없이 진실로 받아들이게 돼요.


전염: 특정 감정이나 행동이 한 개인에게서 다른 개인으로, 그리고 집단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현상이에요. 군중 속에서는 개인의 이성적인 판단력이 약해지고, 주변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에 쉽게 휩쓸리게 돼요.


전 항상 글을 읽을 때, 이 글이 논증이나 증명 과정 없이 확언하고 있지 않은지를 따져봐요.


확언인지 따져보는 건 의견 자체에도 적용되지만, 사람에게도 적용돼요.


의견의 설득력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커리어, 투자 실적 등을 내세울 때가 있잖아요.


그 요소들이 사실인지도 확인해 봐야 하지만, 그 요소가 의견의 설득력을 보완할 수 있는 건지도 따져봐야 해요.


여러분이 이 기준을 통해 '교주'와 같은 인물을 구별해 내실 수 있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