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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서 Mar 09. 2022

코난을 아시나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명탐정의 매력을 찾아서

    만화 좋아하시나요? 요즘은 웹툰으로 대세가 넘어간 시대라, 아마 만화를 읽는 사람들이 예전처럼 많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웹툰 시장이 이렇게까지 발달하기 전, 만화는 컨텐츠 시장을 움직이는 매우 중요한 매체였죠. 동네마다 만화가게가 하나쯤 있었고, 학생들은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만 되면 학교 도서관으로 달려가 몇 권 되지 않는 만화책을 읽으려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만화와 웹툰의 교체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저는 이 두 가지 문화를 모두 향유할 수 있었던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의 웹툰 시장에서는 한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화 시장에서는 일본이 전 세계의 시장을 호령했죠. 아마, 그 시기를 통과한 사람들 중에서 일본 만화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원피스, 나루토, 테니스의 왕자, 케로로처럼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오랜 기간 장기연재된 작품들도 많아, 시리즈물을 따라가며 덕질을 하는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죠.


    저에겐 그 시기가 <명탐정 코난>으로 기억됩니다. 가장 오랜 기간 읽었던 만화이기도 하고, 가장 열심히 덕질을 했던 시리즈이기도 하죠. 그 전까지 무언가를 열심히 좋아해본 적이 없었는데, <명탐정 코난>에 대한 저의 애착은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덕질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그 시작에는 <명탐정 코난>에 대한 사랑이 있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초등학교 때 처음 코난을 만났고, 중학교 시절에는 코난을 비롯한 수많은 일본 추리물에 푹 빠져 살기도 했구요.

    극장판이 개봉할 때마다 극장에서 꼭꼭 챙겨보던 것도, 해외에 나가서 캐릭터 기념품을 구매했던 것도, 모두 코난을 통해 처음으로 했던 경험들입니다. 이야기나 콘텐츠에 쉽게 싫증을 냈던 저에게, 기나긴 시리즈물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 지구력을 키워준 것도 코난이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그전까지는 순진무구한 어린이용 콘텐츠에 익숙했던 저에게 코난은 최초의 '상업콘텐츠' 였습니다. 동화책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강렬한 자극이 지금도 생생할 정도로 기억납니다. 그만큼, 콘텐츠 소비자로써의 삶에 아주 중요한 기점이 되는 시리즈인 것이죠.


    [코난을 아시나요?]에는 이런 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명탐정 코난을 둘러싼 저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 그리고 취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적극적인 콘텐츠 소비자로써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와 원동력을 만들어준 것은 물론 제가 가진 취향들의 기저를 마련하고 있는 것에도 명탐정 코난이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예전만큼 열렬히 사랑하진 않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추억 속에 떠오를 때마다 영상을 찾아보곤 합니다. 도대체 저를 이렇게나 사로잡은 매력이 무엇일지, 철저하게 주관적인 관점으로 하나하나 파헤쳐 보려 합니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코난에 사로잡힌 저의 취향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명탐정 코난>은 저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았던 많은 대중들을 사로잡은 흥행 콘텐츠입니다. 코난의 매력을 파헤치는 일은 코난에 열광한 대중들의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스토리가 중요해진 시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요즘, 코난에 대한 이러한 심층분석은 재미있는 스토리가 가지는 힘과 성질들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특히나 '장르 3대장'으로 불리는 추/미/스(추리-미스터리-스릴러) 속 흥행요소와 매력포인트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코난을 아시나요?]에서 적지 않은 인사이트를 가져가실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참고로, 앞으로 제가 쓰게 될 대부분의 글은 더빙판 애니메이션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글에서 등장하는 인명과 지명, 사건명 등은 모두 일본 원작이 아닌 더빙판에서 따왔다는 점을 참고해주세요. 명탐정 코난 찐팬들 중에는 자막판 애니메이션만 보시거나 만화로만 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제가 더빙판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이유는 앞으로 이어질 글에서 차차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막판과 더빙판의 서로 다른 용어 사용에 당황하실 분들을 위해 여유가 된다면 자막판과 더빙판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글도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계속될 [코난을 아시나요?]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혹시, <명탐정 코난>이나 같은 세대의 만화와 관련한 추억들이 있다면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 이 글을 통해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잊고 있던 추억과 취향을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주의※
이 시리즈는 <명탐정 코난>에 대한 다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정 에피소드의 결말을 담고 있는 경우 각 에피소드의 정보를 글 초반에 포함하였으니,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각 에피소드를 시청하신 후 글을 읽으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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