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
많은 준비와 굳은 각오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지만 막상 처음 노동조합 간부가 되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때에 열정적인 몇몇 노조간부는 밤을 새워 노동법을 공부하거나 회사 내규나 과거 자료를 찾아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노동 법규나 규정을 공부하고 과거 자료를 찾아보는 활동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이론적 뒷받침은 간부로서 자신감을 갖게 만들고 사측과의 논리 싸움에 있어서도 무장될 수 있기에 고무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지식의 양'이 노동조합 간부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법, 규정과 자료보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과 감정적인 동화이고 공감하고 싶은 마음 가짐이다. 이런 자세는 공부를 통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간부들 중에는 조합원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것이 자칫 본인이 간부로서 준비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느낌을 줄까 봐 우려하여 더더욱 학습에 매진하기도 하는데 단언컨대, 이는 기우이다.
처음부터 노조간부였던 사람은 없다. 경력과 경험을 통해 배워가는 과정에 대해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설령 조합원의 질문이나 요구사항에 대해 이론적으로 무지해 답하지 못한다고 해도 치명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학습 가능한 정보는 언제든 확인하여 답해주면 될 일이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조합원의 어려움이나 요구를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나와 생각이 다름을 이유로 거칠게 반론하여 조합원의 마음을 잃어버리는 행동에 있다.
이러한 태도는 노조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노조 선거를 준비하라고 했더니 규정과 자료 찾기에 열중인 경우이다. 물론 선거 공약을 만들고 정책 준비를 위해서는 충분한 내용 숙지가 필요하겠으나 그러한 공약과 정책도 조합원들의 마음속에서 나와야 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조합원들의 니즈 해결이 공약이고 정책이다.
중요한 것은 지식의 크기와 양이 아니다. 그것이 규정이든 조합원의 요구사항이든 알고자 하는 의지와 공감하고자 하는 열정이 노동조합 간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