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비행기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어느덧 비행 교관 생활을 한 지 1년이 넘었다. 비행 훈련을 하면서 한 끗 차이로 생사의 기로에 서 볼 뻔도 하고, 비상상황에 걸려서 식은땀을 흘린 적도 많다. 다행히도 이런 것에는 공포심이나 두려임이 크게 없다. 내가 잘 Recovery(회복)을 하면 되니까. 하지만, 학생이 비행 훈련 도중에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고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경우, 국제 정세로 인해 환율과 기름값이 너무 올라 교육비에 부담을 느껴서 어쩔 수 없이 꿈을 잠시 뒤로 미뤄야만 하는 경우 등등... 이런 상황을 볼 때는 마음이 참 쓰리고 아프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우리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비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람의 방향을 아는 것이다. 그래야지 바람의 힘을 잘 받고, 안전하게 이륙과 착륙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 해보겠다. "비행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바람 방향이 순풍(Tailwind)* 혹은 역풍(Headwind)* 어느 것이 더 좋겠는가?"
비행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바로 알 것이다. 그렇다. 이륙과 착륙을 할 시에는 역풍, 즉 맞바람이 훨씬 더 좋다. 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항공 역학에서 나오는 양력, 중력, 추력, 그리고 항력을 알면 좋은데 굳이 여기서... 생략하겠다. 대신, 쉬운 예로 초등학생 때 '연 날리기' 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연을 상공으로 잘 띄우기 위해서는 우선 바람이 어디서 부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맞바람을(역풍)을 받으며 전속력으로 뛰어서(추력) 연을 하늘 높이 띄운다. 즉, 연이나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선 역풍이 좋다. 하지만, 비행기가 크루즈(Cruise)* 하는 시점에서는 위와는 반대로 순풍이 훨씬 더 유리하다. 비행기가 바람의 힘을 받아 더 빠른 속도로 날 수 있고, 그 덕분에 연료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일럿이 비행을 하기 전 항상 'Wind check'을 하듯이 나는 평소에 자주 'Life check'을 한다. 지금 불고 있는 이 바람이 나의 인생에서 순풍인지, 역풍인지... 나의 비행기는 현재 어느 시점에서 이 바람을 대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만일, 지금 역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데 나의 비행기가 크루즈를 하고 있는 시점이라면 비행기 속도는 느리고, 연료 소모도 배가 될 것이다. 즉,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혹은, 나의 비행기가 원했던 목적지에 도착하여 랜딩 하려 하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강한 순풍이 분다면 곧바로 랜딩을 하지 않고, Go around*를 해야 한다. 무리하게 랜딩 하려다가 비행기가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이륙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비행기 경우는 이륙을 조금 더 뒤로 미루는 것이 상책이다.
우리가 바람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듯이, 인생에서 좋은 타이밍을 예측하는 것은 더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의 타이밍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뿐이다.
지금 당신의 비행기는 바람을 잘 이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거스르고 있는가?
순풍(Tailwind) - 비행기가 가는 방향으로 부는 바람, 뒷바람
역풍(Headwind) - 비행기가 가는 반대 방향으로 부는 바람, 맞바람
크루즈(Cruise) - 비행기가 원했던 고도에 도달하여, 그 고도를 유지하면서 비행하는 시점
Go around - 예상치 못한 날씨 조건, 혹은 비행기가 랜딩을 하기 위한 적절한 포지션이 아닐 경우에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기 전, 다시 이륙하여 런웨이 주위를 한 바퀴 더 돌면서(Traffic pattern) 다시 착륙 준비를 하는 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