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라면 알 것이다. 군에 있을 때 병장 전역 말미 항상 듣던 말이 있다.
"병장 때는 지나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
이는 말 그대로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조심하라는 것이 아니다. 전역 직전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난무하고,
사회에 다시 나간다는 들뜬 마음에 긴장이 많이 풀리기 때문에 사소한 것까지 조심하란 것이다. 즉, 완전히 전역할 때까지 집중의 실타래를 풀지 말라는 의미다.
이제 거의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처음 멀티 비행을 했을 때 뭔가 낯설고, 컨트롤이 어려웠다.
"와, 이거 칵핏에서 체크해야 할 게 왜 이리 많지? 멀티 비행은 레슨도 얼마 없는데.. 다 소화해낼 수 있을까?"
PA44-Seminole Cockpit (2000 Model) 다행히도 몇 번 비행을 하고, Simulator로 연습을 해보니 체크리스트, 메뉴버, 이머전시 프러시저 등 생각보다 빨리 몸에 익힐 수 있었다. 큰 틀에서 보면 이전에 비행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멀티 비행은 큰 고생 없이 끝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조금은 쉽게 생각했던 그 순간, 위기가 슬며시 옆으로 다가왔다.
비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교관과 함께 멀티비행을 하게 됐다. 그는 우리 학교 비행시험 체커 이면서 교관들을 이끄는 팀 리더 중 한 명이다. 그리고 군대에서 항공 정비 10년 경력까지 있는 베테랑 교관이다. 그런 그와 함께 비행한다는 게 조금 부담이 되긴 하였지만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것을 알았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비행에 임했다.
초반에 한두 번 비행을 하고선 한동안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을 못했다. 어느 날, 오랜만에 비행을 했는데 퍼포먼스가 너무 안 나왔다. 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스스로도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여전히 비행 레슨 초반부이고 앞으로 해야 할 레슨이 더 많이 남아 있으니 이번 레슨까지는 통과시켜 줄지 알았다.
하지만, 그건 안일한 생각으로부터 나온 완전한 착각이었다.
My instructor said "Neal, you have to reset your mindset toward your Multi flight. I am not an easy man. If your performance is like this shit as today, I will fail you all the lessons we have left from today. And Of course, you failed today's lesson."
즉, 매 비행에서 퍼포먼스가 그의 스탠다드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레슨 불합격을 준다는 의미였다. 싱글엔진으로 비행할 때는 한두 번 정도 Fail을 받아도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멀티 비행은 다른 이야기다.
이유는 한번 비행할 때마다 Ipad를 살 수 있는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소정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한번 멀티 비행하는데 최소 $500 정도가 든다.
그래서 비행을 한번 망치고 해당 레슨 통과를 못하면 $1,000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비행 교관들도 멀티 비행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될 수 있으면 레슨 불합격을 주지 않고 최대한 마지막까지 비행을 이어가면서 멀티 비행 퍼포먼스를 완성시키려고 한다.
나의 교관에게는, 하지만, 그 이론이 먹히지 않았다. 멀티 비행 관련 교육비보다 비행 퍼포먼스를 우선으로 여기는 주의기 때문이다.
"돈을 아끼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퍼포먼스를 보여라."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만약 계속해서 불합격을 받으면 어떻게 되지..?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또 아예 없는 것도 아니기에)
Oh my god... MY MONEY!!!
It ain't over till it's over. - Yogi Berra
그래,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게 아니다...!
The cover picture from behance.net/gallery/82639837/Nomad?tracking_source=search%7Ccli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