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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Boy Apr 20. 2020

그 한 마디에 웃고, 울고

당신의 미소는 '백만 불짜리 미소'

내가 승무원을 할 때 대한항공 관련 이슈 문제가 불거졌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당시 크고 작은 기내 난동 사건이 꽤 많이 벌어져서 항공 시장 분위기가 굉장히 뒤숭숭했었다. 그래서 그런 탓인지 친구들과 주변 지인들을 만날 때면 항상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일 너무 힘들겠다. 진상 손님들 엄청 많지? 에피소드 좀 얘기해줘!"


'끌어당김의 법칙' 비행기에서도 적용되나?

대한항공 경우 팀워크 향상을 위해 대부분 팀 단위로 비행을 한다. 신기한 건 약 15명 정도 되는 팀원들 중 꼭 '안 좋은 기운'을 몰고 다니는 승무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동료와 함께 비행하면 평소에는 겪지 않는 괴상한 경험을 하게 되는. 이를 테면, 기내 흡연, 기내 난동 승객, 비행기가 심하게 지연되는 등등의 상황.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나의 경우 약 3년 동안 비행하면서 그런 특수한 상황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꽤나 평범하게 비행했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 남긴 하지만. 경험만큼 큰 자산이 없지 않은가.


다행스럽게도 좋은 기운을 받았던 경험들은 꽤나 많았다. 특히, 한류 영향 덕분에 외국 손님들에게 아주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더 최선을 다해 정중하게 그들을 대하면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풋풋했던 승무원 시절


생각만 해도 뭉클했던 순간들

승무원은 현장에서 손님들을 직접 응대하는 직업이다. 비행기라는 특수 공간에서 적게는 1시간에서 많게는 15시간까지 손님들과 함께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좀 더 세심하게 손님의 니즈를 충족시켜 드릴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은가? 비행할 때도 물론 그렇다. 매 비행에서 면접받는 기분이랄까? 탑승할 때부터 손님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면 비행 내내 사늘한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인상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다면, '비행하는 동안 나의 태도'이다. 장거리 비행의 경우, 그 긴 시간 동안 비행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부족한 인성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정제된 표정, 몸짓, 말투 등을 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비행할 때
'첫인상'과 '비행하는 나의 태도'는
강조해도 모자랄 만큼 중요하다.
 

대한항공은 주로 우리 부모님 연령대 분들이 많이 이용하신다. 그래서 참 많은 어르신들을 모셨던 것 같다. 그중 기억에 남는 손님이 계신다. 미국행 비행이었고, 내가 맡은 구역의 손님이셨다. 탑승할 때부터 너무나 따뜻한 미소로 반갑게 인사해주셔서 감동을 받았었다. 그리고 비행에서 서비스 업무를 수행할 때마다 특유의 '엄마 미소'를 지으시면서 인자하게 말씀도 많이 걸어주셨다.


10시간 넘는 장거리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그 손님이 나가실 때 내 손을 포근하게 잡고는 말씀하셨다. "덕분에 비행 너무 편하게 왔어요. 인상이 너무 좋아요. 복 받으실 거예요. 그리고, 그 모습 꼭 잃지 마세요." 그리고선 이 선물을 주시고 바로 나가셨다.  

'따뜻한 선물'

감사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한 채 그 손님을 떠나보낸 것이 너무 아쉬워서 혹시나 공항에 그 손님이 계실까 두리번거렸지만 역시나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감사드린다. 그리고, 아직도 그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그 모습 꼭 잃지 마세요.'

나의 어떤 모습을 말씀하셨던 걸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당신의 미소'

승무원으로서 기내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다양한 승객들을 만난다. 그중 우리나라 손님들을 응대하기가 좀 더 어렵고, 까다로운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이 많이 발전해서 그런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자연스럽게 항공 서비스에 대한 높은 기대치로 연결되는 것이고.


승무원이 손님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딱 한 가지일 것이다. 바로 손님의 '미소'다. 비행기에서는 이보다 더 값진 것이 있을 수가 없다. 정말 백만 불, 천만 불짜리 미소다. 승무원은 손님이 한번 웃어주실 때 엄청난 기쁨과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어쩔 때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 미소에 웃기도 하고, 때론 화장실에 들어가 훌쩍훌쩍 울기도 하고 말이다.


손님들이 비행기에서 나가실 때 승무원에게 미소 지으시면서 건네는 그 한마디가 "아이고, 덕분에 잘 왔습니다. 고생했어요!" 10시간 넘게 비행하면서 쌓였던 피로를 확 풀리게 해 준다. 더 나아가 그 한마디가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만들고, 자긍심도 갖게 해 준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닐 수 있는 손님의 미소 섞인 그 한마디가 승무원의 비행 인생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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