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Boy Apr 15. 2020

승무원이 되면 Best 3 vs Worst 3

알면 다행이지만, 모르면 안 되는 진실

'백문이불여일견' 이란 말은 다 알 것이다. 그렇다면 '백견이불여일행' 이란 말도 아는가?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면,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행하는 것이 훨씬 낫다."라는 의미다.


물론 나도 아직 사회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3년 조금 넘게 이곳저곳에서 사회 활동을 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경험보다 큰 공부는 없다."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고, 그 관심이 커져 목표가 생겼을 때는 일단 한번 해봐야 한다. 계속 속으로 끙끙 앓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항공기 승무원'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알바, 대학 대외활동, 공모전 활동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할 수 없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그다음은 무엇이겠는가? '당장 찾아 나서야 한다.' 현재 그곳에서 멋지게 일하고 있는 선배님께 직접 컨택해서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 나 또한, 항공업에 들어오기 전에 아시아나항공에 재직 중인 선배님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 적이 있다. 만일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그다음은? '많이 읽고, 보고, 그리고 많이 알아야 한다.'


승무원이 되면 좋은 점

진짜, 정말로 좋은 것들만


장점이 극대화되어 있는 항공 승무원 직업 특성상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나가기 쉽지 않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직업인 건 분명하다.


첫째, 50%로 덜 일하고, 50% 더 받는다.

대형 항공사 기준, 한 달 출근이 많아야 10번 정도다. 보통은 장거리 2번, 중거리 2~3번, 단거리 2~4번 정도다. 물론 주말 포함이다. 일반 기업은 09:00 ~ 18:00 기준으로 매달 약 20번 정도 출근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는 그에 절반인 10번 남짓 출근하고, 그들보다 50% 정도 월급을 받는다. 승무원은 6개월 이상 해외에 나가 있기 때문에 세금 혜택 또한 덤으로 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 기준)

일반적으로 승무직 사원일 사무직 대리 월급을 받고, 승무직 대리 직급 일반직 과장 월급을 받는다고 이해하면 된다. (초 일류 대기업 외 일반 기업 기준)


둘째, 남들보다 더 빨리 전 세계 트렌드를 흡수할 수 있다.

승무원만큼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직업이 있을까? 물론 있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이 누리기는 힘들 것이다. 승무원으로서 여러 나라를 비행하면서 전 세계 트렌드를 빠르게 접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 음식, 패션, 관광 등을 한 박자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쉑쉑 버거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기억하는가? 쉑쉑 버거를 먹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던 긴 줄을. 하지만, 사실상 승무원들에게는 쉑쉑 버거는 동부 쪽으로 비행을 가게 되면 흔하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이다. 이처럼 음식에 관심이 있는 승무원 경우 해외를 누비면서 그냥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는 없는 새롭고, 특이한 먹거리를 찾아다닌다. 기회는 각자가 살리기 나름 아닌가? 훗날 이러한 경험이 사업 아이템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셋째, 평생 Young 하게 살 수 있는 환경에 있다.

이제 솔직히 연예인들을 보면 별로 놀랍지가 않다. 그들보다 더 우아하고, 세련되고, 기품이 풍기는 승무원 선배님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물론, 젊을 때는 누구나 아름답고, 멋있을 수 있다. 하지만 30대부터는 결국 자기 관리 싸움 아닌가?

50대가 넘는 연세임에도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20대 못지않은 탄탄한 체력과 그 연륜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에 압도된 적이 여러 번 있다.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아주 좋은 자극을 받았고, 큰 존경심을 가졌던 부분이기도 하다. 항상 최고의 모습으로 손님을 응대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가 요구된다. 이는 결국 같은 나이 또래 친구들보다 항상 Young 해 보일 수 있는 큰 장점이 되는 것 같다.


승무원이 되면 안 좋은 점

일반적으로 다아는 것 말고, 진짜 단점들


조금만 찾아봐도 승무원 퇴사 관련 콘텐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시니어 리티 문화, 정신적 스트레스, 육체노동으로 인한 체력 부담 문제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나의 경우 퇴사 이유가 조금 달랐지만.    


첫째, 비판적 사고 능력이 저하됨을 느낀다.  

비행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업무는 매뉴얼 베이스다. 각 항공사마다 갖고 있는 매뉴얼은 다르지만, 모두가 그 매뉴얼대로 따르는 업무 형태라는 데 있어서 공통점이 있다. 이를 테면,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손님들에게 컴플레인을 받았을 때, 기내 난동이 벌어졌을 때 등 모든 사항들에 관한 표준화된 매뉴얼이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매뉴얼대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 외의 언행을 하여 그것이 또 다른 문제로 야기될 시에는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업무 특성 때문에 각자 고유의 개성이 비행기 내에서는 드러날 수가 없다. 정해진 대로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그다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의 범위가 좁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같은 생각으로 똑같은 업무를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 형태이기 때문에 현시대에서 원하는 비판적, 창의적 사고 능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마련이다. 즉, 비행기 안에서 이루어지는 업무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승무원들끼리는 그것을 '비행 바보'라고 부르곤 한다.


둘째, 앞으로 당신 인생 대부분을 차지할 이 말, '죄송합니다'

승무원의 최우선 순위 업무는 언제나 '기내 안전'이다. 아무리 서비스가 좋아봤자, 기내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말짱 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만 불의 1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황을 대비해서 수시로 기내 안전 훈련을 한다. 자부심 가질만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사실상 비행을 하다 보면 승무원 주된 업무가 '서비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은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가 지나칠 정도다. 개인적으로 경험했었던 어이없는 경우를 하나하나 열거할 수는 없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상황에서건 승무원은 '죄송합니다'라고 외쳐야만 한다. 비행기 내에선 논리를 따지는 순간, 승무원 자격이 부족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업무 환경을 버티지 못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더 나아가 허무하고, 우울한 감정이 비행하는 내내 당신을 지배할 것이다. "아니, 내가 이러려고 이렇게 열심히 살았나? 난 그들의 Slave가 아닌데, 그보다 더 못한 취급을 받고 있네."


셋째, 실질적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

많은 승무원들이 '사람을 상대하고, 응대하는 기술'을 비행 생활을 하면서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실전 영업맨들이나 협상가들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내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승무원으로서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이 있을까? 밝은 미소 짓는 법, 인사 정중히 하는 법, 글로벌 매너 등을 들 수 있다. 즉, 소위 말하는 Soft skills을 습득하기에는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그 이상으로 업무를 통해 실질적인 기술을 습득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스스로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아니겠는가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국제선 단거리 비행 중이었다. 무사히 음료 서비스를 끝내고, 기내를 돌면서 기내 점검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긋한 중년 남성이 내게 물었다. "음, 혹시 왜 이 일을 하시나요? 난 아들한테 절대 이 일 하라고 못할 거 같은데..."

굉장히 당황스러워서 잠깐 동안 그 손님을 멍하니 바라봤었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이내 정신을 차린 후 대답했다. "아, 쉽지 않지요 하하;; 그래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그 후로도 이러한 질문을 몇 차례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이런 시각으로 승무원을 보시는 분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일할 때만 해도 남자 승무원은 조금 생소하기도 했었고, 지금처럼 막 대중화가 되었던 시기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나는 지금도 승무원을 나의 직업으로 선택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단 1%도 없다. 30,000ft 하늘길을 나는 비행기에서 일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너무 자랑스럽고, 꽤나 행복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그만큼 승무원이란 직업은 정말 매력적이다. 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하와이로 비행을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와이키키 해변가를 거닐며 즐기는 그 낭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승무원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멋진 유니폼? 청량한 하늘? 거대한 비행기? 세계 여행? 다 좋다. 하지만, 그것만 바라본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환상'에 불가하다. 그 후광효과에 가려진 그늘도 볼 수 있어야만 한다. 어느 분야든 현실과 이상에 괴리감이 존재하지만 그 정도가 좀 더 큰 곳이기 때문이다. 안에서 자신만의 균형감각을 지니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Why를 아는 것이다.  '왜 승무원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확고한 목적과 신념이 없다면 승무원 생활이 쉽게 무기력 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뼈대가 확실히 선다면, 그 이후부터는 준비의 싸움이다.


언젠가는, 아니 곧 Sky runner가 될 분들 Always all the best for you!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평생 숙원사업; '영어정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