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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비 Oct 31. 2016

내가 모르는 것들을 전부 알고싶어

비록 내 거죽은 부끄러울지라도.


뭔가 좋아하면 바이오그라피를 파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음악도 책도 영화감독도 배우도 사람도. 내가 알기 전의 너를 너무 알고싶은 마음은 언제나 있었다. 날 만나기 전에 누굴 만났는지, 어떻게 사랑했는지, 아직 해 보지 못한 게 뭔지(그래야 나랑 처음 해보는 게 뭔지 아니까), 어떤 친구들을 사귀었는지, 학교는 어디를 다녔고 아르바이트는 무얼 해봤고 집은 어디였고 태어난 곳은 어딘지.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라는 조언도 듣지만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은 네가 나의 바이오그라피를 궁금해 하는 순간이었다.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은 것 들을 네게 말 하고, 그것도 우리가 만난 지 겨우 이틀 되던 날, 시끄럽고 배고픈 고깃집에서 너도 나도 술에 취한 채로. 나는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애써 아닌 척 했다. 할 까 말까, 원래 이렇게 망설일 때는 하지 말라고 배웠는데 그 날은 술김인지 혓바닥이 절로 움직여서 아니 그 때가 아니면 언제고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일종의 경고였다. 누군가에게 지뢰가 될 수 있는 내 모습을 보고 혹시 네게 지뢰라면 먼저 가라고, 누구든 마음이 깊어지기 전에. 내가 뭐라도 된 마냥 무게잡고 '사실은 말야...'하고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그리고 평생 말 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나를 덜 괴롭히는 문제가 됐기 때문에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나를 안고 가지만, 당신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네가 날 떠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때의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했고 나를 아끼지 못했다. 

아마 지금도 계속 그랬다면 나는 당신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어지는 의심과 자학은 내게서 당신으로 전해졌을 것이다. 내게 믿음이 있거나 당신에게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실현되지 않은 모든 것들은 가정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술 취해 만났던 한 달의 시간들 사이에 당신과 나의 과거를 수놓았다. 매일 곱씹는다. 시원하게 웃던 너의 모습, 한 이불을 덮고 밤을 보내며 킬킬대고 웃었던 시간, 헛허리짓을 하며 낄낄대며 웃었던 때. 길을 걷다 울면서 전화를 받았던 날,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는데 네 얼굴을 보고는 흐물어진 걸 너는 모를 것이다. 


네가 알지 못하는 나의 과거와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의 과거를 맞붙여 잇는다면 우리가 함께할 수 있을까. 우리는 함께할 수 있을까. 당신이 부순 일상의 조각을 시간으로 이어붙인다. 자욱은 희미하게 남을 것이다. 모두 너의 흔적이다. 

내 과거에 네가 묻었듯 네 과거에도 내가 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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