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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비 Dec 10. 2015

빈 자리

곁에 사람이 없는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예전처럼 혼자 있는 것에 안달나지 않고, 아무나 만나지 않고, 친구들에게 칭얼대지도 않으니까 나아진 거라고 생각했다. 얼핏 보면 독립적이고 혼자서도 잘 살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외로움을 많이 타고,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변했다고 생각했다. 




어제 오늘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어디에 갔고 무얼 봤고 식사는 어디서 했으며 잠은 어디서 잤고 기분은 어땠는지 사진은 많이 찍었는지 어디서 사진을 찍고 어디가 가장 좋았는지 일정은 어땠는지 시시콜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걸 이야기하고 싶은데.


나란히 앉아 머리를 맞대고 이거는 어디서 찍은 건데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냐면... 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들. 작지만 사소하지만 금방 잊혀질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 연인이라는게 특별한가, 일상을 공유하고 나누고 서로 함께하지 않은 시간에 아쉬워하며 기억으로나마 함께하고싶어 애쓰는 그런 게 연인이지.


나는 어렸고, 어리석었고 로 시작하는 회고록을 열 번도 더 쓴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어리고 어리석다. 구십 먹은 할머니가 돼도 아직 어리고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언제쯤 나는 어리석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때 내 곁에는 함께 해 줄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문득 떠오르는 감정들을 어떻게 해야할까. 어제는 흘려보냈지만 다음에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또 참지 못하고 아무나 만나버리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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