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중1이 되고 나서 나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하루의 속도가 조금 느려졌고, 문득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책모임에 나갈 수 있는 시간도 생겼다.
처음에는 이 여유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당연히 주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딸아이와 신랑에게 고마운 마음이 밀려왔다.
내가 이렇게 밖에서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고,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내 삶에 ‘내 시간’이라는 여백이 생겼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그걸 알기 전에는 더 많은 내 시간이 필요하다고, 더 여유가 없다고 징징거리던 날들도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미 충분히 누리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누리고 있는 이 모든 여유는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만들어준 공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마음을 더 또렷하게 느끼게 된 계기는 매일 아침 보내는 문자 메시지였다.
나는 거의 매일 아침 7시쯤, 수아와 수아 친구들에게 짧은 글을 보낸다.
인스타에서 발견한 문장이나 책에서 만난 글귀, 마음에 남은 한 문장을 골라 아이들에게 전한다.
그 작은 루틴을 반복하면서 이상하게도 내 마음이 먼저 정리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들이 사실은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 중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책모임에 나갈 수 있는 마음의 공간도,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지금의 일상도 모두 감사해야 할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글을 쓰며 다시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뇐다.
이 여유를, 이 일상을,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고마운 마음으로 오래 지켜가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