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도망치는 아이의 겨울 방학

by 반짝별 사탕

겨울방학이 끝을 향해 간다.


중학생 아이의 기나긴 방학도 이제 일주일 남짓.


그동안 나는 매일 아침 씻고, 밥을 차려두고, 수업이 있는 사람처럼 분주하게 집을 나섰다.


정말 수업이 있는 날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았다.


갈 곳을 정해두지 못한 날에는 커피숍을 전전했고, 조용히 있고 싶은 날에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집에 남겨진 아이와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침 시간의 공기는 늘 묘하게 날카롭다.

계획 없이 흘러가는 아이의 시간을 바라보고 있으면, 결국 나는 잔소리를 꺼내게 될 것 같았다.


늦게 일어나는 모습,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손, 미뤄둔 계획들. 그 모든 장면 앞에서 나는 너그럽지 못했다.


그래서 차라리 집을 비우는 쪽을 택했다. 부딪히기 전에 물러나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나는 왜 이렇게 아침마다 도망치듯 나서는 걸까. 답은 분명했다.


아이와의 마찰을 피하고 싶어서였다.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고 싶지 않았고, 나 스스로 실망하는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감사할 일은 없을까 하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생각해보니 감사한 일도 적지 않았다.


아이는 혼자 집에 있을 수 있을 만큼 자랐고, 스스로 밥을 챙겨 먹을 줄 안다.


엄마가 바쁘다는 사실을 이해하려 애쓴다.


오래되어 바퀴가 빠질 듯한 차지만 나를 실어 나를 차가 있고, 잠시 머물 수 있는 커피숍이 있다.

무엇보다 노트북을 펼치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도망처럼 시작된 외출이었지만, 그 시간은 내게 숨을 고르는 여백이 되었다.

이번 방학 동안 아이는 무엇을 남겼을까. 내가 없는 아침과 오후를 어떻게 채웠을까.


직접 보지 못해 알 수는 없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들으며,

보고 싶은 영상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시간이 허투루 지나가지 않기를 바랐지만, 정작 그 시간을 함께 견딜 자신이 없어서 집을 나섰다.


왜 나는 아이와의 대화가 이렇게 어려울까.


생각해보면 대화의 방향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아이의 생각이 내 기준에 맞지 않을 때 마음이 먼저 닫힌다.


나는 이해하기보다 판단하려 했던 건 아닐까.

아이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얹어두고, 그 무게만큼 실망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자식을 키운다는 일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을 하나 더 얻는 일 같다.

아이를 통해 내 성급함과 욕심, 불안이 드러난다. 방학이 끝나가며 나는 묻는다.


이번 겨울방학은 아이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그리고 나에게는 무엇을 남겼을까.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다.


도망치듯 나선 아침들 끝에서, 나는 나 자신의 마음을 조금은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것.

어쩌면 다음 방학에는 도망 대신, 조금 더 천천히 마주 앉아볼 수 있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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