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후 일정에 연수만 있어서 오전 내내 집에 있었다.
커피숍에 가서 노트북을 펴고 앉아 있을까, 아니면 집에서 밀린 집안일을 할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에서 화장실 청소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욕실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화장실 청소는 늘 내 몫이라는 생각에, 왜 맨날 나만 해야 하는지 궁시렁거리며 해왔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내가 즐겨 쓰는 코스트코에서 산 락스를 뿌리고 5분 타이머를 맞춰두었다.
물때와 곰팡이들이 조금은 수월하게 녹아주길 바라며 기다렸다.
처음에는 공동욕실만 하려고 시작했는데, 어느새 안방 욕실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락스에 불린 곰팡이들은 고맙게도 잘 닦여주었고, 몇 번 구석구석 문지르니 욕실이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
청소를 하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그동안 이렇게 투덜거리며 이 일을 해왔을까.
왜 나만 힘들게 냄새 나는 락스와 씨름해야 한다고 여겼을까.
욕실 바닥을 닦으며 깨달았다.
청소는 누군가를 위한 일이기 전에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이고,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깨끗해진 화장실을 보면 누구든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 순간, 오늘 이 깨끗한 욕실을 남편과 아이에게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기 싫었던 화장실 청소가 마음을 바꾸는 순간, 가족에게 주는 선물이 되었다.
수업을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차려내는 저녁 밥상도 하나의 선물이고, 바닥을 닦아 정돈된 집을 만들어두는 일도 내가 가족에게 건네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남편이 묵묵히 맡아주는 빨래 역시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생각에 이르기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결혼 15년, 우리는 서로의 수고를 ‘당연함’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하루의 일상은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선물들로 가득 차 있다.
앞으로는 해야 하는 일로 남겨두기보다, 건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쌓아가다 보면, 우리의 시간도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