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세 명이다.
마흔셋, 아들 같은 남편.
마흔둘, 슈퍼우먼이고 싶은 나.
그리고 열다섯, 경증 사춘기를 지나는 딸.
문제는 늘 입맛이다.
남편은 대패삼겹살과 소주, 치킨, 딸은 고기도 좋지만 면을 더 사랑한다.
나는 회와 생선이 편하다. 이렇게 다른 취향이 한 식탁에 모이면, 저녁은 종종 작은 토론회가 된다.
간이 세다, 싱겁다, 고기가 크다, 작았으면 좋겠다. 아침에도 딸을 위해 애호박을 채 썰고 우삼겹을 구워 덮밥을 해주었지만 돌아온 말은 “고기가 더 작았으면 좋겠어”였다.
잘 먹었다는 한마디를 기대한 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쪽은 자꾸만 서운해진다.
외식도 쉽지 않다. 남편은 치킨, 딸은 마라탕. 나는 늘 “너희 먹고 싶은 거 먹어”라고 말한다.
돌아가며 메뉴를 정해도 누군가는 투정을 부린다.
그래서 생각했다.
왜 이런 고민은 늘 나만 할까. 나 혼자 마음을 바꾼다고 정말 평화로운 식탁이 될까.
이런 생각조차 어쩌면 또 다른 이기심일까.
결국 나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카카오톡 일정에 매일 아침 저녁 메뉴를 올려 남편과 딸을 저녁메뉴에 미리 초대했다.
오늘의 식탁을 미리 공지하는 작은 선언이다.
잔소리 대신 예고, 투정 대신 준비.
내 식탁에 함부로 말 얹지 말라는 조용한 신호이자, 가족 모두가 미리 메뉴를 알고있으라는 신호이기도하다.
모든 입맛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 수고가 당연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취향을 안고 같은 식탁에 앉는다.
완벽한 평화는 아니어도, 조금은 덜 시끄러운 저녁이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