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이 되는 딸아이의 방학이다.
어제는 수업도, 선생님들과의 스터디도 없는 날이었다. 아무 계획 없이 비어 있는 하루가 나는 유난히 심심하고 싫었다.
옆동에 사는 언니 집에 가보려 했지만 언니는 외출 중이었고, 도서관은 리모델링으로 문을 닫았다.
갈 곳이 없었다.
결국 집에서 5분 거리인 어머님 댁으로 향했다. 전화를 했지만 계속 통화 중이셔서,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무작정 찾아갔다.
딸아이에게는 스터디하러 간다고 했다며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님은 노란 이불 속으로 들어오라며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오늘은 그냥 늘어지게 TV를 보고 쉬고 싶었다고, 집에 아이가 있으니 눈치가 보여 나왔다고 솔직히 털어놓자 “잘 왔다”고 하셨다.
나는 ‘엄마 도망자’다.
사춘기 아이와의 마찰을 줄이고 싶어 선택한 도망이기도 했고, 아이에게도 혼자 조용히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
고 스스로를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혼자 있고 싶었고 실컷 미디어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아이 앞에서 휴대폰을 쥐고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며 깔깔 웃는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늘 올바른 모습만 보여주려 애쓰는 걸까.
해답은 이미 알고 있다.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긍정적이지 못한 순간이 많다는 걸 알기에, 적어도 내가 인지하고 있는 부분만큼은 조심하려 애쓰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잠시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