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아이의 5월 수학여행을 준비하며
나는 조금 다른 결심을 했다.
평소 같으면 “있는 옷으로도 충분해”라고 말했을 나였는데
이번만큼은 아이가 오래 눈에 담아두었던 옷을 사주기로 했다.
마음을 여는 선택이었다.
나는 원래
옷이나 물건을 쉽게 사주지 않는 쪽이다.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야 하고
충동 대신 필요를 따지는 편이다.
그래서 아이와의 쇼핑은
늘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없었던것 같다.
아이의 눈이 반짝이는 옷이
내 눈에는 지나치게 화려해 보일 때도 있고
“이 가격이라고?” 속으로 숫자를 다시 세어보게 되는 순간도 있다.
각자의 스타일이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지갑을 여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마음을 조금 더 까다롭게 만든다.
엄마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을 때면
묘하게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래도 이번에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백화점 상품권을 챙겼다.
종이 몇 장이지만
그 안에는 ‘이번만큼은 네 마음을 먼저 보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매장에 들어가자
아이는 직원의 시선을 먼저 의식했다.
누군가 적극적으로 다가오면
괜히 꼭 사야 할 것 같아 부담이 된다고 했다.
그 말이 참 아이답기도 하고,
또 어른스럽기도 했다.
나도 안다.
너무 친절한 권유 앞에서
마음보다 계산이 먼저 흔들릴 때가 있다는 걸.
아이의 불편함은 낯설지 않았다.
한도를 정해주긴 했지만
아마 넘을 거라 생각하고 출발해서였을까.
이번 쇼핑은 이상하게도 덜 조급했다.
가격표보다
아이의 표정을 먼저 보게 되었고,
내 취향보다
아이의 선택을 한 발짝 더 존중하게 되었다.
수학여행은 며칠이지만
그 옷을 입고 찍을 사진 속에서
아이는 또 한 번 자라 있겠지.
어쩌면 이번 쇼핑은
옷을 사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아이를 한 뼘 더 놓아주는 연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존중하는 것.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색을
아이의 팔레트 위에 덧칠하지 않는 것.
나는 아이의 화가가 아니라
옆에서 조용히 캔버스를 붙잡아주는 사람이고 싶다.
아이의 색은
아이가 스스로 고르고, 섞고, 때로는 실패도 해보며
완성해 가는 것이니까.
그게 나의 육아 방침이고,
완벽하진 않더라도
오늘도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