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평안하길 바라요

[오늘도, 사람!]

by 별체



언젠가 글을 쓰게 된다면, 나를 스쳐간 것들을 위해 쓰겠다고 다짐한 적 있다. 사소한 물건부터 동물, 인간, 꿈, 마음까지. 떠났거나 혹은 떠나보낸 것들 덕분에 깨달음을 얻고 위로받으면서 지금까지 걸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갈 수 없던 모든 걸음은 언제나 방황이었고 앞으로도 평생 방황하며 살아갈 것이란 걸 알지만 이젠 적어도 그 방황이 나를 온전히 해롭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가야 할 것들은 결국 가고 말 것이라는 문장을 온몸으로 마주할 때마다 사라지고 싶었지만, 결국 나를 다시 존재하고 싶게 만들 문장도 이것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젠 방황하는 길 위에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떠있을 뿐이다.


그래도 가끔은 내게 머물던 많은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상상을 해본 적 있다. 놓아버린 것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 웬만한 집 한 칸은 거뜬히 채울 테지. 그런데 내가 돌아온 그것들을 전부 알아볼 수 있을까.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야속할 뿐이다.


떠나왔다고 해서 기억까지 잃어버리는 건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잃어버리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글을 힘닿는 데까지 써 내려갈 것이다. 고백일 수도 참회일 수도 혹은 욕심일 수도 있는 문장으로 가능한 오래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늘 그랬듯, 2022년에도 많은 것을 떠나왔다. 혹시 그 많은 것들이 내 손에 달려 있던 건 아닐까, 내가 더 애쓰면 무언가 달라지진 않을까 하며 떠나야 할 것을 억지로 붙잡고 늦추어 보기도 했다. 사실은 내게 달린 일이 아니었음을, 어차피 떠나야 할 것이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쯤은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사실은 그 어떤 깨달음도 위로도 필요 없으니 그냥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무것도 놓고 싶지 않았던 게 진심이었다고. 하지만 이제 내가 전할 수 있는 건 이 말뿐이다. 떠나서 미안했고, 떠나게 해서 미안했다고.


이젠 미안함을 뒤로 한 채, 여전히 머물고 있는 것들, 다가오거나 혹은 다가갈 것들을 위해 다시 집중할 차례다. 23년도에는 적은 깨달음을 얻고 많은 것을 지켜내길 간절히 바라면서 당신에게도 결이 비슷한 인사를 건네려 한다.


그 모든 발걸음이 부디, 평안하길 바랍니다.

23년도에도 계속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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